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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자중지란', 공무원연금개혁 결국 파탄


입력 2015.05.07 09:56 수정 2015.05.07 10:05        이슬기 기자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합의했지만...새누리당 친박계 '반발' 결국 무산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6일 저녁 여야가 대표들이이미 서명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이와 연계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인상'을 국회 규칙의 부칙으로 명기하는 것을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합의가 불발돼 공무원연금 개혁법안과 연말정산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처리가 무산된 가운데 본회의장에서 대기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6일 오후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과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등의 본회의 처리를 앞둔 가운데 본회의장에 입장해 야당을 기다리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리로 찾아온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가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6일 처리키로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새누리당 내부 갈등으로 무산됐다.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한 안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계를 중심으로 거센 비난이 쏟아지면서, 결국 본회의에 회부되지도 못한 채 4월 국회가 막을 내린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의원총회를 열고, 사회적 기구 구성안을 담은 국회 규칙의 부칙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부칙 별지 명기안'을 담기로 한 여야 지도부의 당초 합의사항을 거부하는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추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굳은 표정으로 "5월 2일 합의된 사항 그 이상의 다른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약속을 지키라는 게 결론"이라며 "당초 합의에 다시 다른 조건을 들고 나오는 것은 정치도의상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의총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 유승민·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총 세 차례에 걸친 회동을 갖고 사회적 기구 구성안을 담은 국회 규칙의 부칙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한 재정 절감분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사용하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의 목표치를 50%로 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첨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양당 대표의 미래만을 위한 안"이라며 협상안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특히 그간 협상을 주도해왔던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자, 친박계 의원들이 곧바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의총장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특히 김 대표는 의총에서 "이번 협상 과정을 청와대가 다 알고 있었지 않았나. 공무원연금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위해 겨우 협상을 해놨더니 청와대가 이렇게 나오느냐"고 토로했고, 유 원내대표 역시 "청와대가 협상과정을 다 알고 있었고, 최종안에 대해서도 다 알고 있었는데 뒤늦게 몰랐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태흠 의원은 "이번 합의는 원내대표의 협상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원내대표가 그 직책이 부여한 역할을 망각한 언행을 하고 있다"면서 유 원내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고, 이장우 의원 역시 "당 지도부가 청와대를 탓하는 발언은 신중하지 못하다"며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모두에게 날을 세웠다.

앞서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태호 최고위원이 나서 "이번 여야 합의안은 모양만 개혁을 부르짖고 실제로는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꼼수이자 개악"이라며 "양당 대표의 미래만을 위한 안이다. 합의안 철회와 백지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반대가 계속되자 새정치연합도 의총을 다시 열고, '소득대체율 50%'가 첨부 서류에 명기되지 않는 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 다른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유 원내대표가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소득세법 개정안 등 일부 민생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장의 산회 선포 없이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면서 결국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른바 '연말정산 추가환급법'으로 불리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여야가 이번 회기 내 처리키로 한 민생 법안 처리 역시 물거품이 됐다.

"공무원연금개혁 무산, 청와대 책임" 당내서도 비판 제기

즉각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청와대와 친박계를 향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그간 지도부가 어렵게 도출한 합의에 대해 청와대가 '월권' 발언으로 불쾌감을 표하면서, 결국 공무원연금개혁법안 처리 무산까지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청와대의 진심을 도대체 모르겠다. 청와대가 주문해놓고는 이제와서 대안 없는 비판만 하고 있다"며 "여야 합의에 발목을 잡아 국회를 파행 위기로 몰아놓고는 자기들이 요구하는 경제활성화법안 처리가 안된다고 국회를 탓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그동안 지도부가 얼마나 어렵게 합의를 했는데, 오늘 공무원연금개혁법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사실상 청와대의 책임"이라며 "책임은 안 지면서 어렵게 이뤄낸 지도부의 합의만 비난하는 친박계의 처신은 온당치 못하다"고 일갈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오후 11시경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고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서 국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공무원연금법을 꼭 통과시키고 싶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공무원연금개혁을 기대하셨던 국민들께 너무나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오후 9시 40분경 의총을 열고,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의안과에 제출했다. 아울러 오는 7일 문재인 대표 주재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친박-비박 싸움에 여야 간 약속이 완전히 버려졌다"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 모든 것은 새누리당과 정부와 청와대가 책임져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이어 "부패한 정당, 거기에 약속까지 파기하는 정당,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 정당. 정말 안타깝다"며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속에서 여야 원내지도부가 일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해왔는데, 어쩌면 새누리당이 이런 상황을 모두 의도했던 것은 아닌지, 지금에 와서 큰 의구심까지 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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