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불발' 공무원연금개혁안 '청와대 역할론' 부상
야당과 협상하는 여당 입지 좁아져 '축소론'과 충돌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해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불발로 박근혜 정부가 기획한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 첫걸음이 꼬인 만큼 청와대가 이제는 국회를 향한 '가이드라인' 제시 수준을 넘어서 여야대표 및 공무원단체 등 협상자들과 직접 만나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야당과 협상 중인 여당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점에서 여당 내부에서는 '청와대 역할론'과 '축소론'이 부딪히고 있다.
새누리당 쇄신 의원모임 '아침소리'는 11일 공무원연금개혁안과 관련 "이제는 청와대가 나설 차례"라며 "원칙과 기준에 대해 의견표명만 할 것이 아니라 여야와 함께 140만명 전·현직 공무원을 설득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체 공무원을 통솔하는 행정부 수장이자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내건 중요 국정과제의 해결자로서 국민과 국회와 직접 소통하고 사태 해결의 중심에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여야협상이 공전에 놓인 상황에서 사실상 이번 사안의 처리를 가장 바라고 있는 청와대가 적극적 움직임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은 여야합의가 돼있는 사항이고 (야당이 주장하되 여론이 좋지 않은) 국민연금이 제일 문제"라며 "이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을 만나 얘기하고자 한다면 국민들 편에서 생각했다는 고뇌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일부러 만들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있어 '호기'라고 덧붙였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이 수용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야당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협조할리는 만무하다며 "야당이 자존심만 상하고 체면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이 관계 장관 및 야당 등을 함께 만나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 대다수는 청와대 역할 '축소론'을 내세우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10일 여야 원내대표들의 협상을 3시간 남겨놓은 상황에서 국민연금 부분과 관련 "세금폭탄"이라는 단어를 쓰며 브리핑을 한 데 대해 유승민 원내대표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당·청 간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쪽(청와대)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김용태, 홍일표 의원도 11일 각각 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 발표는 적절치 못했던 처신", "야당을 너무 자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 소식에 능통한 한 보좌진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여야대표들과 회담을 가져야한다는 의견은 있다"며 "하지만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안 이슈를 두고 박 대통령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당의 국민연금 연계 주장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말이 되지 않는 것을 갖고 대통령이 야당을 만난다는 건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또한 "여야가 협상하는 과정인 만큼 청와대가 끼어들 구석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홍 의원은 "여야가 '국민연금 50% 명기'에 대해 입장 차가 있어 (앞서 공무원연금개혁안에 합의했지만 다시금) 금방 합의가 될 것 같진 않다"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청와대의 역할'에 문을 열어뒀다. 황 평론가는 청와대가 역할을 하려면 아예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뒤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썩은 밥을 만들어 놓아선 안 된다"며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원점 검토해 깨끗한 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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