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올리고 내리는데 세금폭탄이다 아니다?
전문가들 "연금은 세금과 엄연히 다른 일종의 사회보험료"
최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논란과 관련해 여야의 '세금폭탄'과 '공포마케팅'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세금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야당에서는 지나친 '공포마케팅'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정치권의 정치적인 논란을 벗어나 국민연금과 세금을 정확히 비교해보고 국민연금을 과연 세금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세금은 용어 개념부터 다르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올라간다고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소득대체율이 올라가면 국민 부담률이 올라간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다만 공무원연금과 같이 향후 국민연금 고갈로 적자분을 재정으로 보전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이는 전체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연결될 수는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곳에 쓰여야 될 세금이 쓰이지 못하게 되면 결국 세금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 있지만 국민연금과 세금은 '엄연히' 다른 개념
먼저 세금이란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 생활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소득 일부분을 국가에 납부하는 돈으로 정의된다. 특히 세금을 걷는 목적은 공공재의 공급과 소득의 재분배를 위한 재원조달이라는 세수목적과 경제활동의 규제·유도, 부의 집중회피, 국민경제의 안정 및 성장과 같은 정책목적에 있다고 정의된다.
이에 반해 일반적으로 연금이란 일단 내가 적립한 돈을 노후에 내가 받는다는 개념이다. 즉 국민이 소정의 기여금을 일정 기간 납부하고 퇴직하거나, 노령·장애 혹은 사망 등의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정 기간마다 계속해 지급받는 급여를 말한다. 그 중에 하나가 지난 1988년부터 시행된 국민연금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이 세금이냐는 학계에서 논란이 많은데 보험료가 세금이라고 보는 사람은 강제로 떼는 것이니 똑같고 다만 보험료는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종의 목적세라고 보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연금과 세금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용어 정리상 국민연금과 세금은 둘 다 강제적 징수에 해당하지만 사용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개념이라는 것. 세금은 불특정 다수의 공공 이익을 위해 쓰여지지만 국민연금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적립한 돈을 차후에 자신이 돌려받는다는 개념적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일반적으로 조세부담률과 각종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내용의 국민부담률이라는 용어를 따로 사용하고 있다.
최준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자기가 적립한 것을 나중에 돌려받는다는 개념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세금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도 통화에서 "국민연금은 세금과 다른 사회보험료"라며 "자기가 낸 돈을 자기가 연금으로 받아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세금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는 사실 어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철희 국민연금관리공단 홍보실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민연금은 세금이 아니라 사회보험"이라며 "명확하게 사회보험이라고 명시가 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요율이 오른다고 말하면서 '세금폭탄'이라는 용어를 꺼내 든 것은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금과 국민연금의 정의가 엄연히 다른 상태에서 미래세대의 부담이 높아진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세금이 높아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성은 연구위원은 "보험료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세금폭탄이라고 말하는 것은 용어상 무리가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로 세금이 투입된다면?
이런 일반적인 용어 정의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세금폭탄'으로 거론하는 이유는 향후 국민연금의 고갈을 염두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무원연금은 오래 전 기금이 고달된 상태로 현재 하루에 100억원 가량의 세금이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는데 쓰이고 있다.
최준욱 책임연구원은 향후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공무원연금처럼 이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느 정도 세금으로 볼 수 있는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에 써야할 세금이 국민연금 적자를 보전하는데 쓰인다면 국민연금을 위해 세금을 더 걷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 책임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세금을 올리다던지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런 연관성은 있다"며 "만약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상황이 온다면 세금이랑 국민연금이랑 구분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국민연금과 세금이 어느 정도 칸막이가 그어지는데 기금이 고갈되면 세금으로 국민연금을 충당하게 되고 국민연금과 세금이 구별되지 않는 상태로 넘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성은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고갈된 이후 세금으로 보전하는 문제는 하나의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현재 법적으로 세금으로 보전할 수는 없다"며 "국민연금이 고갈되기 전에 시스템을 바꿔 보험요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던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가장 세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국민연금이다. 2060년까지 470조가 쌓여 있다"며 "기금 고갈이 나면 당연히 보험료로 충당을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기금이고 가장 안정적인 기금인데 거기다 세금을 투입할 이유는 없다. 마치 거기다 세금을 투입할 것처럼 하니깐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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