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원로들 "정청래, 개인 아닌 혁신 저항 친노패권세력"
동교동계와 민주헌정포럼 30여명 모여 "문재인 사퇴, 비대위 구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그룹인 동교동계와 야권 출신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민주헌정포럼이 4.29 재·보궐선거 패배로 혼란에 빠진 새정치연합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일부는 여전히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했다.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대표를 맡고 있는 민주헌정포럼은 14일 여의도 소재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 수습 방안과 총선 대비책을 비롯해 문 대표의 거취 및 ‘막말 논란’을 빚은 정청래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공개 모두발언과 비공개 회의를 포함해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회동 후 홍기훈 전 의원은 약식 브리핑 형식으로 “재보선 패배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문재인 대표의 모습이 안타깝고 볼썽사납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새정치연합에 국한시킬 게 아니라, 야권 전체를 묶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큰 정당으로 개편해야한다. 그 논의를 위해 소위원회를 만들고, 소위 구성 권한은 정대철 대표에게 위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문 대표 사퇴론에 대해서는 “문 대표를 비대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분도 있고, 장수가 전쟁에서 지면 예전에는 칼로 목을 쳤다며 성토하는 분도 있었다. 또 대표가 물러나면 대안이 있느냐는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며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지만 (문 대표 사퇴에 대해선)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새정연에만 국한시키기보단 야권 전체를 놓고 봐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모두발언에서는 문 대표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원로들 간 이견이 엇갈렸다.
박명서 전 의원은 “국민들은 책임정치를 위해 당대표가 사퇴해달라는 얘기들을 한다"며 "그렇게 되면 다시 각계를 대변하는 대표를 선발해서 거기서 야당이 어떻게 나가야 한다는 지침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권 전 의원은 "우리 정당에는 강력한 리더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계파정치를 뛰어넘기 위해선 ‘집단지도체제’를 통해서 모든 민주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고 주장했다.
김방림 전 의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다. 역대 대표들이 다 실패에 대해 책임을 졌는데 왜 구차하게 책임도 안지느냐”며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촉구했다.
반면, 최봉구 전 의원은 "이번 공천과정에서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광주와 관악 표를 분석해보면 야당과 여당의 싸움에서 야당이 진 것은 아니다. 야권 표를 합하면 여당보다 분명히 많은 표를 얻었다"며 "너무 낙담하거나 지도부에게 채찍질만 하지말고,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정치연합에 대한 성토가 계속되자 최이호 전 의원은 “여기가 지금 민주당이 아니잖아. 민주포럼에 와서 포럼과 관련한 얘기를 해야지 남의 정당 얘기를 해 하는 건가”라며 “우리가 뭐라고 할 게 아니다. 야당에 맡겨야지 여기서 우리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정 최고위원과 관련, 홍 전 의원은 “소수의 조직화된 친노 세력의 패권적 행패에 대한 분노를 모두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고, 김 전 의원은 “정청래 망언은 개인의 해프닝 아니라 친노패권세력 청산을 방해하고 친노를 보호하려는 공격의 일환으로 규정해야한다”며 “당 혁신에 저항하는 친노패권세력을 어떻게 청산할것인지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고 행동으로 옮겨야 당이 수습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상임고문은 “정청래 막말 소동보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건, 이에 대한 자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 사태가 벌어졌을 때 지도부가 즉각 처치할 수 있던 상황이고,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징계로 뒷받침했어야 하는데 이게 유야무야 넘어가다가 며칠 후에야 조금 뒷받침이 된 것”이라고 문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어 “친노 등으로 표현되는 운동권적 강경론이 지배하는 정당으로 남아있는 한, 집권은 상당히 어렵고 국민의 지지도 얻기 어렵다”며 “이런 것이 중장기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당이 돼야 새정치연합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