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의 선택, 행복은 성적순 아니다
메달 쫓던 '제1의 인생' 접고 연기에 만족-행복 느끼는 '제2의 인생' 택해
일본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자존심 아사다 마오(25)가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현역 선수로서 은반 복귀를 선언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노메달’ 충격 뒤 곧바로 이어진 세계선수권대회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아사다는 지금까지 약 1년간 선수 활동을 중단한 채 진로를 고민해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사다의 상황과 나이를 감안했을 때, 안도 미키나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현역 은퇴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사다는 지난 1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100% 복귀할 생각"이라고 현역 연장 결정 소식을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아사다는 "1년간 휴식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경기가 그리워졌고, 좋은 연기를 했을 때의 성취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졌다"고 복귀 배경을 밝혔다.
아사다가 현역 연정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을 밝히기는 했지만 1년간의 휴식기를 가진 25세의 스케이터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일본 내 반응은 긍정적이다. 최근 국제무대서 일본의 여자 싱글이 러시아 선수들에게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9),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7)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9) 등이 성장을 거듭했다. 편파판정 논란이 일긴 했지만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따냈고, 이후 주요 국제대회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독주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 피겨는 아사다가 휴식기에 있던 기간 중 무라카미 카나코(21), 미야하라 사토코(17) 등이 국제 무대에서 활약했지만 아사다나 안도의 자리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빙상연맹 하시모토 세이코 회장은 "아사다가 충실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지원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아사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아사다가 현역 연장을 선언하자 세간의 관심은 아사다가 과연 3년 후에 있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것인지 여부에 쏠렸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 아사다는 28세가 된다. 역대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메달리스트들의 평균 연령은 22.7세, 4~8위는 21.8세였다. 소치올림픽 당시 여자 피겨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3세였다.
아사다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 때 아라카와 시즈카가 25세의 나이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하더라도 아사다는 그 보다 3살이나 많은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도전하게 되는 셈이다.
‘불가능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어느 다국적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 카피가 있기는 하나 아사다에게 평창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될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도 아사다의 현역 연장에는 반갑다는 반응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다는 일단 평창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단 올림픽은 생각하지 않고 내가 가진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원론적인 말로 평창 출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사실 아사다의 현역 연장은 위기에 빠진 일본 피겨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스케이터로서 아이스링크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좀 더 오래 유지하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을 이루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인다. 특정한 대회에서 점수와 순위로 평가되는 성적이 아닌 그저 은반 위에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펼치면서 릴 수 있는 선수로서의 만족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아사다의 이 같은 결정은 그러나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는 일본 여자 피겨계에도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사다가 직접 국제대회에 출전해 성적을 거두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피겨사에 기억될 만한 선수로서 후배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고 후배 선수들과 일본 피겨의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수행할 때 일본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정신적인 면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순수한 피겨 스케이팅 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아사다의 현역 연장은 반가운 일이다. 한때 김연아와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기량 면에서 여전히 세계 정상급인 아사다의 연기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현역 은퇴 이후 한국 여자 피겨의 살아있는 전설의 위치에서 자신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의 기량향상을 돕고, 스포츠 외교관으로서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셀러브리티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에 비해 아사다는 올림픽 메달을 쫓던 선수로서의 ‘제1의 인생’을 끝내고 이제 자신의 스케이팅 연기 자체에 만족을 찾는 순수한 의미의 ‘아마추어’ 스케이터로서 ‘제2의 인생’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경쟁의 부담을 벗어 던진 현역 선수로서 황혼기를 보내게 될 아사다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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