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전서 박대한 두 차례나 주먹으로 가격
ACL 1경기 출전정지 등 구단 사상 최고수위 징계
전북, 한교원 중징계에 담긴 메시지 ‘폭력축구 무관용’
경기 중 상대 선수들을 가격해 논란의 중심에 오른 한교원(25)에 대해 소속구단 전북이 결국 자체적인 중징계를 결정했다.
한교원은 지난 2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전반 5분 만에 박대한(24)을 두 차례나 주먹으로 때렸다. 몸싸움 과정에서 박대한과 신체 접촉으로 예민해진 한교원은 먼저 박대한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렸다가 빗맞자, 심판이 보지 않은 틈을 타 재차 안면을 주먹으로 강타하고 모른 척 자리를 떠나는 비매너 플레이를 저질렀다.
한교원은 결국 퇴장 조치를 받았고, 전북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인천에 1-0으로 신승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퇴장을 받은 한교원의 행동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경기직후 공식적인 사과나 입장표명이 없자 한교원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결국 전북 구단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자체 징계를 결정했다.
전북은 한교원에 대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경기 출전 정지와 2000만원의 벌금, 사회봉사 80시간을 결정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수준의 징계다. 최근 베이징과의 ACL 원정경기를 앞두고 인천까지 올라갔던 한교원은 구단의 징계에 따라 전북의 클럽하우스로 복귀했다.
한교원 역시 구단의 징계를 받아들였다. 한교원은 피해자였던 박대한에게 직접 전화해 직접 사과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에게도 직접 자필 반성문을 통해 속죄의 의지를 드러냈다.
한교원은 이번 폭력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2년제 전문대 출신으로 별 볼 일 없는 무명에 비주류 선수였던 한교원은 K리그에서 차츰 실력을 인정받아 어느덧 촉망받는 미드필더로 성장했고 지난 아시안컵에서는 국가대표에도 발탁돼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폭력사태를 일으켰던 인천은 그가 K리그에서 처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친정팀이기도 하다. 한교원은 인천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전북에 입단했다. 평소 성실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팬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던 선수였다. 그러나 감정조절을 이기지 못하고 한 번의 큰 잘못으로 축구인생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축구팬들이 한교원의 폭력사태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유가 있다. 한국축구는 지난 2월 타이 킹스컵에서 U-22 대표였던 강상우가 우즈베키스탄 선수에게 고의적으로 머리를 가격당하는 폭행사태에 휘말렸다. 이 사건은 외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될 만큼 큰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카타르 레크위야에 활약중인 국가대표 남태희가 상대팀 알 나스르의 우루과이 출신 공격수 파비앙 에스토야노프에게 경기 후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모두 한국 선수들이 피해자가 된 입장이었고, 팬들 사이에서 경기장 내 폭력적인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교원의 행동은 당시 가해자였던 샴시트디노프나 에스토야노프와 비교해도 그 수위나 죄질이 가볍지 않았다. 전북뿐만 아니라 자칫 K리그의 명예까지 실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전북으로서도 이번 사태에 있어서만큼 어설픈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일벌백계로 모범을 보임으로서 어떤 이유에서든 '경기장내 폭력축구가 용납될 자리가 없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남긴 한교원도 이번 사건을 심각한 자숙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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