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최홍만, 골리앗 파워 살아있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입력 2015.05.31 06:51  수정 2015.06.01 10:31

표도르와도 겨뤘던 한국 최고의 흥행 메이커

수술 이후 괴력 상실..초반 스탠딩 승부 걸어야

오랜 공백에도 최홍만은 여전히 국내 파이터 중에는 최고의 흥행력을 지닌 캐릭터다. ⓒ 데일리안 DB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4)이 링으로 돌아온다.

오는 7월 2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리세움서 열리는 ‘로드FC 024’가 그 무대다. 상대는 중소단체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베테랑 카를로스 도요타(43·브라질)로 결정됐다.

사실 최홍만과 도요타의 대결은 좀 더 일찍 실현될 뻔 했다. 지난해 9월 서울 방이동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서 열린 종합격투기 이벤트 ‘레볼루션 2: 혁명의 시작’에서 맞대결이 예정됐었다. 하지만 경기 직전 최홍만 측과 주최 측의 갈등으로 불발돼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오랜 공백에도 최홍만은 여전히 국내 파이터 중에는 최고의 흥행력을 지닌 캐릭터다.

놀라운 신체조건(218cm·160kg)에 쇼맨십까지 갖춰 씨름선수로 활동했던 LG 투자증권 황소씨름단 시절부터 큰 인기를 모은 것은 물론 국내에 K-1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또 세미 슐트, 레미 본야스키, 제롬 르 밴너, 바다 하리, 레이 세포 등 넘보기 힘들었던 세계적 헤비급 거물들과 줄줄이 일합을 겨뤄본 유일한 인물이다.

미노와 맨(175cm·89kg)에게 하체관절기로 패하는 등 MMA에서의 성적은 초라했지만 '60억분의 1'로 불리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9·러시아),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1·크로아티아)과 맞붙는 등 빅매치 메이커로서의 위용을 자랑했다.

최홍만의 흥행파워는 무시할 수 없다. 격투 팬들 사이에서는 정찬성, 김동현, 추성훈 등이 더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일반팬들에게도 미치는 이름값에서는 여전히 최홍만은 특별한 존재다.

문제는 최홍만이 과거의 운동 능력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느냐다. 최홍만은 격투기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는 아니다. 괴력과 내구력을 바탕으로 거대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것이 강점이었다. 운동 신경도 나쁘지 않았다.

본야스키의 채찍 같은 로우킥을 경기 내내 얻어맞고도 무너지지 않았고, 근육질 흑인 괴수로 악명을 떨치던 전성기 밥 샙(196cm·170kg)과의 난타전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점하며 동양권 팬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일본 스모판에서 괴물로 통하던 아케보노(203cm·220kg)는 운동능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고, 세계 입식격투 사상 최강자로 꼽히는 세미 슐트(212cm)는 힘으로 밀어붙여 꺾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표도르의 클린치에도 흔들리지 않고 되치기로 깔아뭉개던 장면은 그야말로 ‘천하장사’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한창 기량이 살아있을 때 브록 레스너(38·미국)와 맞붙었다면 명경기가 펼쳐졌을 가능성도 높다.

최홍만은 캐릭터 면에서도 스타성이 다분해 다양한 이벤트성 매치업에서 존재감이 빛났다. 일본 스모계 스타 아케보노, 40홈런-40도루에 빛나는 전직 메이저리거 호세 칸세코(51·쿠바) 등과의 맞대결은 질적인 부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레스너 외에도 아쉽게 성사되지 않은 빅 이벤트도 적지 않다. 최홍만은 잘나가던 시절 전직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을 향해 도발을 펼치며 팬들과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여기에 NBA(미 프로농구) ‘공룡센터’ 샤킬 오닐(216cm·147.4kg)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최홍만에게 도발했다. 이들과 차례로 경기가 이뤄졌다면 스모, 야구, 프로레슬링, 농구, 복싱계의 거물들과 모두 한 번씩 겨뤄본 특이한 이력을 추가할 뻔 했다.

하지만 최홍만은 말단 비대증과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 거짓말처럼 괴력을 상실한 상태다. 높은 타점에서 뿜는 고공폭격은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완력으로 상대를 누르고 맷집으로 버티던 가공할 신체능력은 확연히 떨어졌다. 미노와맨에게 하체 관절기를 허용한 것도 수술 후다. 최홍만이 과거와 같은 괴력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 모를 일이다.

최홍만의 체중은 한창 때에 비해 30kg이상 빠진 상태다. 깡마른 현재 모습에서는 예전의 탄탄하던 근육질 몸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뚜렷해진 눈매와 뾰족한 턱 등 이목구비마저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성형수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도 시달리고 있다.

최홍만으로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내 스탠딩에서 흐름을 잡아야 승산이 있다. 그래플링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에서 주짓수에 능한 도요타와 그라운드에서 엉키게 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예전 같은 괴력을 내뿜었다면 테이크다운을 당하지 않거나 웬만한 서브미션 그립은 힘으로 뜯어낼 수도 있겠지만 파워가 떨어진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깡마른 최홍만은 예전의 파워를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돌아온 골리앗 행보에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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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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