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바른사회 기획-사회적경제기본법 해부①>
조동근 "사회적 경제, 시장은 실종 경제대신 정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 시행에 이어 사회적 경제체제를 확대한다는 것이 목적이지만 ‘사회적 기업 육성법’ 자체가 사실상 2006년 지방자치 의원 선거 승리를 위한 표퓰리즘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2007년 이후 대폭 확대된 사회적 기업은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등 내부적 역량이 부족하며 생산성이 낮아 성공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가의 인건비 지원이 없으면 자립할 수 없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철저한 평가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통과된다면 심각한 예산 낭비와 관치경제라는 비판, 정경유착의 폐해 등 여러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데일리안’은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공동으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반 시장경제주의, 관치 문제, 사회적경제 발전기금 문제의 심각성, 사회적기업의 정치세력 변질 우려, 향후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 등을 조목조목 분석해보았다. < 편집자 주 >
“사회적경제기본법은 반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협동조합주의의 결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적 경제조직을 마치 곧 무너져 내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미화해서는 안된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주저앉는 관치 사회적경제가 오히려 국가적 낭비와 위기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통과시키려는 국회 여야 의원들의 움직임에 답답함과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도대체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무엇인지 제대로들 알고 그러나 싶을 정도다.
조동근 대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안이유에서 밝힌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자유시장 경제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바라봤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용을 보면 ‘양극화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내부로부터의 붕괴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기에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한국경제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패러다임인 국가의 복지, 자유시장경제의 성장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이유에 명시했다.
조 대표는 “마치 운동권 출정식 같은 느낌”이라며 “어떻게 보면 웃기다”고 까지 비꼬았다. 과연 대한민국이 공동체 붕괴위기까지 왔는가 하는 것부터 지적했다.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미국과 유럽의 중간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너무 과장시켜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한 조 대표는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함부로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국가에서 돈을 주입하지 않으면, 태엽을 감지 않으면 서고 마는 그런 경제를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냉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회적 경제’에서 ‘사회적’에 방점이 찍히는 순간 ‘시장’은 실종되고 ‘통제와 계획’이 그 자리를 메우며 ‘경제’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정치’가 차지하게 된다”며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다 보면 ‘자유와 창의’를 경제상의 기본질서로 한다는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으로 불리는 헌법 119조 1항에도 어긋나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조 대표는 “최근 들어서는 ‘관치경제’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 해당 법안으로 인해 관치경제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의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실행조직으로 ‘사회적경제원’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적경제 5개년 기본계획을 세우고 정부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5%까지 우선 구매해야 하며 발전기금도 조정해야 한다.
조 대표는 “결국 정부가 조직과 돈을 준다는 것인데 정부의 관치 통로를 넓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회적경제발전기금의 경우 관치금융의 성격을 띌 수밖에 없어 정경유착의 폐해는 물론 관변단체로 변한 기업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설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조 대표는 “일부 대기업에서는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법안 때문에 자생적인 사회적 기업이 고사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가 포장해서 키워진 기업이 생겨나면 일반 기업들의 공간은 좁아진다”고 우려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규제완화, 노동시장개혁, 혁신을 통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조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태동하게 된 배경과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안이유에 따르면 ‘양극화로 인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내부로부터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러한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며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한국경제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과장되었다고 본다. 마치 운동권 출정식 같은 그런 느낌인데 어떻게 보면 웃긴 표현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공동체 붕괴위기까지 왔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관련해 내부와 외부의 시각은, 미국의 경제는 부활했고 남유럽은 재정위기에서 헤매고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과 유럽의 중간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우리 경제상황을 너무 과장시켜 표현하고 있다.”
- 법안을 보면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가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함부로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사회라는 것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인데 여기서 사용하는 의미는 전체주의적 수단으로 ‘사회적’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구조적’ ‘사회적’ 이런 용어들이 많은데 매우 무책임한 실체가 없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돈을 주입하지 않으면, 태엽을 감지 않으면 서고 마는 그런 경제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사회적 가치와 같은 합의하기 어려운 개념을 행정법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협력과 연대’를 전면에 내세우면 ‘자유와 창의’를 경제상의 기본질서로 한다는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으로 불리는 헌법 119조 1항과도 충돌한다.
특히 ‘사회적 경제’에서 ‘사회적’에 방점이 찍히는 순간 ‘시장’은 실종되고 ‘통제와 계획’이 그 자리를 메우며 ‘경제’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정치’가 차지하게 된다. ‘사회적’이라는 용법은 큰 정부를 합리화시킬 뿐이다.”
- 그럼 ‘경제민주화’ 부분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인가.
“헌법에는 ‘자유’와 ‘창의’가 명확히 나와 있다. 그게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이고 철학, 이념이기도 한데 사회경제기본법에서 말하는 ‘연대’와 ‘협력’을 말한다. 사실 협동, 분업, 경쟁, 연대 이런 것은 서로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 ‘구성원 상호간의 협력과 연대, 적극적인 자기혁신과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별도의 개념처럼 만들어 놓았다.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다 보면 119조 1항에도 어긋나게 된다.
‘경제민주화’도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실제 해보니 큰 효과 역시 없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이제 와서 뚱딴지처럼 ‘붕괴 직전’ 등의 거친 표현을 하면서 마치 당장 손쓰지 않으면 완전히 큰 잘못인 것처럼 하는데 이것 역시 경제민주화 재탕이나 다름없다. 경제민주화가 실패하니 또 다른 경제민주화를 해보자는 식의 현실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특히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보면 제러미 리프킨의 ‘유로피안 드림’을 떠올리게 한다. 2005년 국내에서 출간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일독을 권했다는 입소문으로 유명해졌는데, 유로피안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획일보다는 문학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는 삶의 질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재산권보다는 보편적 인권을 강조했다. 반면 ‘아메리칸 드림’을 저급한 것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하지만 유로피안 드림은 이내 무색해지고 말았다. 미국의 경제는 부활했고 유럽은 경제위기를 여전히 겪고 있지 않은가.”
- 법안 제안 이유에서 심각한 양극화를 거론하고 있다. 법안이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사회경제적 조직을 육성한다고 양극화를 제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현재 양극화에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 양극화는 체제, 시스템 보다는 기술 진보에서 오는 사회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한다. 예를 들어 연예인, 프로운동선수 소득수준이 올라간 것도 양극화의 한축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삼성이나 현대를 다니는 고액 연봉자들 간의 혼인도 이러한 양극화를 벌리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 이런 것을 과연 ‘양극화’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해야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사례를 제외하고 최근 양극화가 두드러진다고 하는 근거는 없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안도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볼 수 없다.”
- ‘사회적경제기본법’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 보는가.
“해당 법안은 ‘협력과 연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력과 연대’, ‘분업과 경쟁’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원시공동체의 ‘대면(對面)사회’를 익명의 ‘개방사회’로 바꾼 것은 경쟁과 분업이다. 시장경제는 분업과 경쟁을 통해 협동과 연대를 꾀하는 체제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오히려 시장경제체제에서 효율적으로 추구된다. 또한 법안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이미 대기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들은 이윤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다.”
-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도입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서는 관치경제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은데, 해당 법안으로 인해 관치경제 시대가 다시 올 것이다.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의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실행조직으로 ‘사회적경제원’을 둬야 한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회적경제 5개년 기본계획을 세우고 정부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5%까지 우선 구매해야 하며 발전기금도 조성해야 한다. 결국 정부가 조직과 돈을 준다는 것인데 정부의 관치 통로를 넓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정부 조직으로 경제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비효율적일뿐더러 오히려 정경유착의 부작용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사회적경제발전기금의 경우 관치금융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기금이 무한 팽창하면서 정치적 로비, 지대추구로 발생하는 불공정성, 정경유착의 폐해가 예상된다. 관변단체로 변한 기업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설 수 있겠는가. 결국 정치적 성향을 띌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정치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 이후엔 이 정치적 힘을 이용해 정부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렇게 되면 시장은 좁아진다.”
- 결국 자생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을 고사시키는 법안이라는 의미인가.
“맞다. 기본적으로 해당 법안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 유지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과연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만들고 일부 필요한 부분을 국가가 보조해주는 지원은 몰라도 해당 법안이 작동되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기업들이 고사될 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법안 때문에 자생적인 사회적 기업이 고사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기업이 조그만 생태계에서 성공하는 케이스는 있을지 몰라도 이것이 진정한 성공은 아니라고 본다. 개별적으로 살아남은 기업이 있고 국가가 포장해서 키워진 기업이 생겨나면 일반 기업들의 공간은 좁아진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반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협동조합주의의 결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적 경제조직을 마치 곧 무너져 내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미화해서는 안된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주저앉는 관치 사회적경제가 오히려 국가적 낭비와 위기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보조금과 지원금, 세제혜택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완화, 노동시장 개혁, 혁신을 통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자리 창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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