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딧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각)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67' 메인이벤트에서 웰터급 최고 타격가 중 하나인 '핏불' 티아고 알베스(31·브라질)을 상대로 화력을 뿜은 끝에 2라운드 종료 닥터 스톱 TKO승을 거뒀다.
콘딧은 지난해 5월 미국 텍사스 댈러스 아메리칸 에어라인 아레나에서 열린 ‘UFC 171’에서 당시 웰터급 랭킹 11위였던 복병 타이론 우들리(33·미국)에 덜미를 잡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더 큰 문제는 그 경기에서 무릎을 다쳐 1년 2개월의 공백을 가졌다는 점이다. 킥을 시도하다 오른쪽 무릎 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조르주 생피에르, 조니 헨드릭스에 패해 타이틀 전선에서 밀려난 상태였음을 감안했을 때 큰 악재였다.
복귀전 상대인 티아고 알베스는 부상으로 2년여의 휴식기를 가진 뒤 컴백해 2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이름값 높은 콘딧을 잡는다면 단숨에 상위권 진입을 노려볼 수 있었던 만큼 동기부여가 충분했다.
레슬링이 약한 선수는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UFC에서 콘딧은 타격-주짓수를 주무기로 상위권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흔치않은 파이터 중 하나다. 공격형 레슬링은 물론 테이크다운 디펜스까지 좋은 편이 아니다.
태클 좋은 선수들을 만나면 휙휙 넘어가기 일쑤지만 그라운드 이해도가 좋은 데다 워낙 체력과 움직임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해 타격가-그래플러 누구를 만나도 자신만의 경기를 펼친다.
별명인 '킬러'를 대변하듯 빈틈을 발견하면 절대 놓치지 않는 날카로움과 더불어 종료 공이 울리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집요한 면까지 있어 막판으로 갈수록 더욱 위험한 스타일이다.
콘딧의 강점은 3라운드보다 5라운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점이다. 콘딧이 챔피언에 등극한다면 5라운드를 십분 활용해서 전 라이트급 챔피언 프랭크 에드가처럼 장기전의 명수로 악명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오랜 공백이 있었지만 여전히 콘딧은 콘딧이었다. 콘딧은 알베스를 맞아 자신의 기존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1라운드에서는 소강상태가 유지됐다. 알베스는 로우킥을 바탕으로 거리 싸움을 펼치며 콘딧이 들어오면 카운터를 노리는 전략으로 나왔다. 콘딧 역시 원거리를 유지한 채 아웃파이팅을 펼치며 무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승부는 2라운드에 갈렸다. 1라운드 탐색전을 통해 사나운 맹수의 공격 습성을 파악한 냉정한 콘딧은 잠자고 있던 킬러의 눈을 다시 떴다. 콘딧은 알베스(175cm)보다 13cm나 큰 자신의 신장을 적극 이용했다.
서로 킥을 차며 거리 싸움을 반복할 때는 노련한 알베스가 그 차이를 극복하는 모습이었으나 콘딧이 압박을 거듭하며 펀치와 팔꿈치를 사용하자 흐름이 바뀌었다. 저격용 라이플을 버리고 소음기가 달린 권총과 톱니바퀴형 칼날이 달린 나이프를 꺼내든 것이다.
콘딧은 다양한 킥과 펀치 컴비네이션에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긴 리치를 활용한 팔꿈치를 휘둘렀고 견디지 못한 알베스는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콘딧은 상위 포지션에서 파운딩 연타를 날리고 리어네이키드초크를 시도하는 등 거칠게 알베스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알베스는 투지를 가지고 버티며 포기하지 않는 핏불처럼 사납게 콘딧을 물고 늘어졌다. 자신이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도 오히려 거칠게 타격전을 펼치며 맞불을 놨다. 심지어 길로틴초크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콘딧은 악명 높은 킬러답게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한번 피 냄새를 맡자 서두르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알베스가 저항을 하건 말건 콘딧은 자신이 할 것만 했다.
특히 팔꿈치 공격은 날선 나이프처럼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날카롭게 알베스의 얼굴에 계속해서 상처를 남겼다.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핏불을 찢고 때리고 그야말로 핏물이 빠질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날렵한 아웃 파이팅에도 능하면서도 기회다 싶은 순간에는 피 튀기는 진흙탕 혈전도 서슴지 않는 콘딧의 파이팅 스타일이 그대로 나왔다.
‘지옥의 체급’으로 돌아온 콘딧은 다시금 체급 내 거물들을 하나둘 제거해나갈 수 있을지, 미션을 부여받은 킬러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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