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일반인의 사랑. 한국 드라마에서 지겹도록 봐온 소재가 또 등장했다. 왠지 진부하고 뻔할 것 같은 분위기가 스멀스멀 나온다.
3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새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연출은 맡은 최영훈 감독은 "전작이 중년의 사랑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20대 청춘들의 사랑을 보여준다"며 "여러 이유로 '절름발이 사랑'을 하는 청춘들의 애환에 초점을 맞췄다"고 드라마를 소개했다.
드라마는 신분을 감추고 재벌 딸이 아니어도 자신을 사랑해 줄 남자를 찾는 여자와 사랑은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라고 여기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 PD는 기형도 시인의 '쥐불놀이' 시 한 구절을 빌려 기획 의도를 밝혔다.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이 시대 청춘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청춘을 지나온 지 20년 가까이 돼요. 드라마는 지나버린 청춘에 대한 회고이자 지금을 사는 청춘에 대한 고찰입니다."
대본은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최 PD와 호흡을 맞춘 하명희 작가가 맡는다.
'상류사회' 속 청춘들을 연기할 배우는 유이 성준 박형식 임지연이다. 가수 출신 연기자가 두 명이나 된다.
유이는 극 중 재벌 그룹의 막내딸이자 푸드마켓 아르바이트생 장윤하를 연기한다. 자신이 누구 딸이고, 어떤 집안의 사람인지를 밝히지 않는 인물. 유민그룹 회장 아들 창수(박형식)와 선을 보지만 본사에서 파견 나온 최준기(성준)에게 호감을 느낀다.
"캐스팅됐을 때 정말 놀랐다"는 유이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재벌 딸인데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는 게 신선했어요. 소박한 사랑을 꿈꾸는 윤하가 순수하다고 생각해요."
유이 성준 박형식 임지연 주연의 SBS 새 월화극 '상류사회'가 8일 방송된다. ⓒ SBS
성준은 유이의 상대 역인 유민그룹 계열사 대리 최준기를 연기한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사람에게만 친절하고 효용 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인물이다. 윤하가 재벌 집안의 딸이란 걸 알고 윤하의 마음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성준은 "원래 말이 없는 편인데 이번 드라마에선 또래 친구들을 만나 말이 많아졌다"며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기획 의도에 대해선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썸'도 많이 타고, 조건을 따지는 사랑을 해요.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전제 조건이 붙고 겁을 많이 내는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준기도 겁쟁이인데 겁내지 않고 사랑하면 사랑의 힘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장난기 가득한 막내 역을 소화한 박형식은 극 중 백화점 본부장 유창수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곱게 자란 창수는 푸드마켓 아르바이트생 지이(임지연)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신분 차이로 결혼을 망설인다.
박형식은 "캐릭터가 매력이 넘쳐 꼭 하고 싶었다"며 "날 선택해준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창수를 잘 표현하겠다"고 자신했다.
영화 '인간중독'과 '간신'에서 무거운 역을 맡은 임지연은 드라마에 처음 도전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유민 백화점 푸드마켓 아르바이트생 이지이. 씩씩하고 밝은 인물로 윤하와 아르바이트를 하다 친구가 된다.
"영화로 데뷔해 드라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까 고민했는데 또래 친구들을 만나 재밌게 촬영하고 있어요. 잘 웃고 털털한 지이와 닮은 점이 많아요. 그간 진지한 역할만 해왔는데 제 모습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기뻐요. 연애하는 기분이랄까요?"
이들 외에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나와 극을 받쳐준다. 윤주상은 태진 퍼시픽 그룹 회장 장원식 역을, 김혜자는 원식의 아내 민혜수 역을 각각 맡는다. 이상우는 태진 퍼시픽 그룹 부회장 장경준을, 윤지혜는 태진 제약회사 대표 장예원을 각각 연기한다.
한편 '상류사회' 첫 방송 시청률은 7.3%(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월화극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MBC '화정'은 10.2%, KBS2 '후아유-학교 2015'는 7.7%를 각각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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