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병목에 속도 낸다…삼성전자, P5 FAB 1·2 구축 가속화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3.29 07:00  수정 2026.03.29 13:38

글로벌 빅테크 파운드리 수요 증가 속도

메모리·파운드리 결합 생산기지로 대응

베이스다이 수요 확대…가동률 80% 분석

삼성전자 평택 5라인 AI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 사업 조감도.ⓒ금융위원회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중심으로 병목 현상이 심화되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와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을 동시에 수용할 '복합 생산기지'를 통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5 FAB1과 FAB2의 구축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며 공장 가동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비 반입과 시험 가동을 위한 일정을 조율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평택 P5 공장은 삼성전자 최초의 트리플 팹(3층 구조)으로 총 12개의 클린룸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인 라인 용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메모리와 파운드리 라인을 혼용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당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D램 라인 운용이 지배적인 시각이었으나, 최근 파운드리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면서 일부 라인을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 할당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혼합 생산기지로 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운드리의 병목이 심화될 정도로 물량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삼성 역시 이를 인지하고 공장 용도를 혼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TSMC마저 단기간 내 급증하는 수요를 온전히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과 맞물려 있다. 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2027년까지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능력 제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능력 제약이 2026년 공급망 전반에 사실상 병목을 일으킬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주요 고객사들도 공급선 다변화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브로드컴의 제품 마케팅 담당 이사 나타라잔 라마찬드란은 최근 인터뷰에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여겨졌던 TSMC의 생산능력이 이제는 한계에 근접할 정도로 상황이 급변했다"고 평가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업계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수주 확대 가능성을 점치는 배경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국내외 생산 거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370억달러(약 53조4000억원)를 투자해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도 그 일환이다. 테일러 팹1은 연내 시생산과 램프업을 거쳐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그간 미세공정 수율 문제와 고객 기반 한계로 적자 구조가 이어져 왔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테슬라와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잇따라 수주를 확보하며 고객군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삼성 파운드리가 적자 폭을 대폭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흑자 전환 가능성도 언급된다.


가동률 상승 역시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현재 삼성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은 약 8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배경에는 차세대 HBM 수요 확대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HBM4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베이스다이(base die)' 물량이 급증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수준의 가동률이 연내 지속되면 수익성 확보에 긍정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결국 AI 반도체 수요 확대-HBM 수요 증가-베이스다이 생산 확대-파운드리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 자체적인 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동률도 많이 올라갔을 것"이라면서 "이 수준이 올해 내내 지속되면 또다른 고객 수요는 물론 흑자 전환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생산능력을 위해 준비 중인 게 많다. 평택, 테일러팹 등 다양한 곳에서 최대한 생산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는 테슬라 수주에 힘입어 다양한 기업들과 수주 논의를 진해하는 것으로 안다"며 "병목 현상에 놓인 TSMC를 피해 제조를 다변화하고자 하는 빅테크의 수주를 확보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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