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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중재안' 이송, 친박 "유승민 책임 못피해"


입력 2015.06.15 22:56 수정 2015.06.15 23:07        조소영 기자/문대현 기자

정의화 "행정부 입법부 충돌 일어나지 않을 것" 박 대통령 거부권행사할 듯

친박계 "'검토하여 처리한다'도 못고쳤는데"

정의화 국회의장이 15일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국회법 개정안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등 논의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손은 잡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달 29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입법을 수정·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수정안에 대해 여야 합의를 받아 정부로 이송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끝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당 내 계파 간 치열한 공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유승민 새누리당·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만나 "정부가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국회가 협의를 통해서 위헌 소지를 없애 이송하려고 하는 취지"라며 "내가 제안한 중재안을 받아주기로 해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서도 (이를) 충분히 감안해서 불필요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도록 양 당 원내대표가 잘 협의해주실 것이기 때문에 의장으로서 특별히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이날 의총을 열어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문을 '요청'할 수 있다로 바꾸는 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도 야당에 "정 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의장 중재안대로 된다면 강제성이나 위헌 논란의 걱정을 많이 덜 것이라 생각한다. 정 의장의 말대로 행정부와 국회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은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메르스 정국으로 인해 정신적 공황상태인 이런 때, 국회법으로 정쟁 유발적 의견을 피력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면서도 "정부와 청와대가 초당적으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단, 야당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에서 '검토하여 처리하고'로 바꾸자는 정 의장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후 3시에 만남을 시작한 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3시 30분쯤 이송 서류에 서명하려 했으나 야당 소속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자구 수정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바람에 두 차례나 지연, 결국 6시 7분이 돼서야 서명할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은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정 의장이 요청한 '국회법 이송본 자구 확인요청'이 국회법상 의안 정리사항이 아닌 번안사안이라 번안사안으로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정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간 어려운 협상 끝에 마련된 것임을 고려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음을 전제로 양해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국회법상 번안사안은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의 동의 및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지만, 정 의장은 자구 수정을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에 통보해 처리할 수 있는 의안 정리사항으로 규정해 처리한 것.

'정의화 중재안' 둘러싸고 여당 내 잡음 더욱 커질 듯

우여곡절 끝에 '정의화 중재안'이 정부로 이송됐지만 이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요구'에서 '요청'으로 바뀐 것은 별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당 내 계파 갈등은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내가 볼 때 문구 하나만 고쳐서는 안되고 '검토하여 처리한다'는 부분까지 고쳐야 한다"며 "그리고 여야 원내대표가 '과거에 통보 형식에서 국회법 테두리 내에서 시행령을 만들라는 조금 강한 요구'라는 정도로 강제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래야 위헌성 논란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청와대에서 거부권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명분을 줄 수 있다"며 "'요청한다'로 바꾼 것 가지고는 거부권을 행사 할 수밖에 없고, 그 전에 위헌 시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계파 갈등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부딪힌다"며 "청와대와 국회가 부딪힐 뿐만 아니라 친박과 비박이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 이후 이를 다루는 국회의 모습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도 "'검토하여 처리한다'는 말이 빠지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요구'나 '요청'은 법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상황에 "머리 아프게 됐다"며 본인 역시 반대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예고했다.

진통 끝에 나온 '정의화 중재안'까지도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가 점쳐지는 가운데 친박 의원들의 강경 반대 의사에 메르스 정국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유승민 책임론'도 다시 급부상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예고했고,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도 "(유 원내대표를) 반대한다"고 등을 돌렸다.

지난 2일 친박계 의원들이 주도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도 유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던 만큼 향후 여당 내 계파 갈등은 필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편도 있었다. 당내 중진격 한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말 그러면 잘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옳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다수가 합의를 봐서 통과를 시켰고 그 조차도 정치적으로 풀어보자고 해서 조율을 한 것 아닌가"라며 "이 자체에 대해 그런 식으로 끌고 간다고 하면 정치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본회의 부의되지 않을 수도

한편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 온다면 상임위나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곧장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게 된다. 본회의에는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되는 가중의결정족수가 적용된다.

이럴 경우 '정의화 국회법'에 대한 여당 내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해 상당수의 의원은 재의결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회법 제112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도록 돼 있는 점도 재의결이 되지 못 할 요소 중에 하나다.

그러나 현행법상 정부로부터 돌아온 법률이 무조건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으로부터 거부 당한 법률은 공포가 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다시 여야 합의를 거쳐야만 부의될 수 있다.

여당의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정의화 중재안'이 다시 본회의에 올라 통과되지 못 할 경우 스스로에게 닥칠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러나 저러나 '정의화 중재안'은 커다란 회오리 바람처럼 커져 메르스 정국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당·청, 여당 내 계파갈등을 거세게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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