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계파싸움 궁금해? 궁금하면 윤리심판원
무슨 일이든 '막강 권력' 가진 심판원에 무조건 제소 분위기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이 막말 논란 등을 이유로 정청래, 주승용, 조경태, 김경협 의원 등이 제소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심판원에 제소하지 않고 대화로 해결될 수 있는 일들도 앞으로 '심판원의 힘'이 작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무슨 일이든 심판원에 제소하는 쪽으로 당내 분위기가 흘러가면서 심판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잠잠했던 심판원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은 정 의원의 '공갈 사퇴' 발언 때부터다. 정 의원은 지난달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29재보궐선거 패배와 관련 '문재인 대표 체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한 주승용 최고위원을 겨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언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를 두고 비노 성향 일부 당원들은 그달 11일 심판원에 징계요구서를 전달했다.
이후에는 정 의원을 감싸는 친노계의 반격이 이어졌다. 방송 등에서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당내 분열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조경태 의원이 15일 제소됐고 뒤이어 최고위원 복귀를 거부하고 '친노 패권주의'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당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주 의원도 18일 제소됐다. 심판원의 권력을 둘러싸고 친노-비노 간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심판원은 당에서 '법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처벌이 내려진다면 그 결과에 그대로 따라야한다. 이러한 이유로 심판원에 회부되는 것은 물론 회부하는 행위까지 모두 '큰 일'로 꼽히지만 새정치연합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를 심판원에 회부하는 게 망설임이 없어지는 모습이다. 일부 당원들은 지난 12일 SNS에서 비노를 겨냥 "새누리당의 세작(간첩)"이라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경협 의원에 대해 15일 심판원에 징계요구서를 냈다.
심판원을 두고 이 같이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다 권한이 강화된 심판원의 출범으로 심판원을 둘러싼 당내 정쟁이 더욱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16일 새 수장으로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 당내 인사로 민홍철, 인재근, 이개호 의원과 김하중 당 법률위원장, 외부 인사로 김삼화·박현석 변호사, 법안스님, 서화숙 전 한국일보 선임기자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심판원을 공식 출범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2.8전당대회 때 당헌·당규를 개정, 윤리위원회를 심판원으로 승격시키고 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최고위원회의나 당무회의를 거치지 않고 최종심판의 효력을 갖도록 했다. 또 심판원 과반을 외부인사로 구성하도록 해 독립성을 강화시켰다. 문 대표는 이날 이러한 심판원의 '막강한 권한'에 힘을 보탰다.
그는 안 교수에게 심판원장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인사말을 통해 "무책임한 말과 행동이 우리당을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뜨려왔다"며 "기강과 책임을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우리당을 신뢰받는 정당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혁신이다. 새로 출범하는 윤리심판원이 그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말을 두고 일각에서는 친노계가 심판원을 통해 비노계 막말 인사들을 색출하는 '기강잡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심판원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관련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의원들의 돌출발언이 많다보니 심판원의 역할이 많아진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이어 "무엇보다 이런 사안들이 생겼을 경우, 제왕적 총재시절처럼 그 사람에게 '관두라'고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민주정당으로서 맞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심판원의 '강한 역할'을 옹호했다.
한편 심판원은 오는 25일 두 번째 회의를 열어 앞서 '당직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은 뒤 재심을 청구한 정 의원을 비롯해 조 의원과 김 의원에 관한 징계안을 논의키로 했다. 주 의원에 대한 징계 청구는 정 의원에 관해 1차 처분이 났던 지난달 26일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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