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승부수..."경복궁 옆 호텔 대신 복합문화공간 건립"

윤정선 기자

입력 2015.08.18 15:23  수정 2015.08.18 18:02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등 밀집해 문화체험 기회 확대 공간으로 조성

송현동 문화융합센터 건립계획 ⓒ대한항공

지난 2003년 항공업계의 실적이 둔화됐던 시절 과감한 투자로 '하늘을 날으는 호텔' A380 도입계약을 체결해 10년만에 결실을 거뒀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번엔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한옥호텔 대신 복합문화공간으로 방향을 선회해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송현동 경복궁 옆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에 한옥호텔 대신 복합문화허브 공간 '케이-익스피어런스'(K-Experience, 가칭)을 건립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한옥호텔 건립은 조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데 복합문화공간으로 방향을 튼 것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등 3개 학교가 인접해 있어 '학교 반경 200m 이내에 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현행법에 가로막혀 부지 매입 후 7년 넘게 빈 땅으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조 회장이 금싸라기 땅을 활용하기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복합문화공간을 건립하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2기, 문화융성 방향과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제외한 복합문화센터를 짓는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송현동에 숙박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여러 가지 여건상 사실상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숙박시설을 제외한 복합문화융합센터 건립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종로 송현동 일대 부지 3만6642㎡(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를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여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가 문화융성 추진 계획에 대한항공이 동참하길 원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송현동 문화융합센터 건립계획 ⓒ대한항공

조 회장은 그랜드하얏트인천 등 호텔운영과 기내서비스 등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송현동 부지에 경복궁, 인사동,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에 맞붙어 있는 공간이란 점을 적극 활용해 다목적 공연장과 갤러리, 식당가 등이 포함된 복합문화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따라 송현동 케이-익스피어런스는 LA LIVE, 상하이 신천지, 롯폰기 힐스와 같은 세계적 문화시설과 같이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 살거리 등을 밀집해 문화체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꾸며질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 건축 고유의 아름다움을 원형 그대로 담아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송현동 문화융합센터는 오는 2017년까지 지하 2층과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공간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모둠공간, 송현동 특색을 상징화할 수 있는 전통공간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KAL호텔네트워크를 통해 제주도에 제주칼호텔과 서귀포칼호텔,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인천공항 옆 그랜드하얏트인천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진인터내셔널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셔그랜드호텔을 재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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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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