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다 놨다’ 이승우 압박하는 것은 무엇인가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9.07 08:20  수정 2015.09.08 09:10

수원컵 이승우 일거수일투족에 도 넘은 관심과 참견

천재형 스타들 대중 앞에 입 닫은 사례 떠올려야

이승우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던 선수들의 실패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연합뉴스

[한국 브라질]‘들었다 놨다’ 이승우 압박하는 것은 무엇인가

6일 막을 내린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는 이승우(17·바르셀로나)로 시작해서 이승우로 끝났다.

지난 4일 크로아티아전에서 이승우가 2골을 터뜨렸을 때에는 "역시 이승우"라는 평가가 따랐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였던 6일 브라질전에서 이승우의 슈팅 개수가 0개에 그치자 곧장 "딜레마"라는 단어가 그를 묶었다.

이제는 다음달 17일 칠레서 열리는 17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이승우 개인과 나머지 선수로 대표되는 2개의 조각으로 분리된 분위기다. 팀이 이승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나머지 선수들이 뭔가를 끼워 맞추거나 이승우가 팀을 위해 특정 플레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논리가 피어오르고 있다.

모두 이승우가 가진 '바르셀로나'라는 이름값에 따르는 단면이다. 그와 동시에 선수 개인이 플레이로 입증해야 할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17세 선수의 축구 인생 전체를 봤을 때 너무도 빠르게 거대한 벽이 세워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운동장 안에서 이승우를 가로막는 게 상대의 집중 수비라면 밖에선 그를 지켜보는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며 압박하는 형태다.

이번 대회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인천공항에 나타난 이승우의 분홍색 머리를 두고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시력이 안 좋은 할머니를 위해 눈에 잘 띄도록 염색했다'는 뒤늦은 해명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튀어나왔다. 결국 이승우의 할머니가 직접 언론에 나서 이런 해명을 뒷받침했다. 과도한 관심에 따른 소모적인 촌극들이 이승우와 대표팀 모두를 흔들었다.

한창 꾸밀 나이의 선수가 머리카락 색 하나 바꾼 걸 갖고 지나치게 빡빡한 잣대가 끼어들었다. 결과적으론 선수를 괴롭힌 것이다. 반대급부로 대표팀 전체가 조직으로서 주목받을 수 있는 권리가 망가졌으며 그 안에서 이승우를 제외한 또 다른 선수들이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박탈당했다.

그 안에서 난처했을 최진철 감독의 입장도 눈에 선하다. 지도자는 특정 선수가 팀 전면에서 주목받는 걸 가장 꺼린다. 그게 한창 예민할 나이의 어린 선수들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승우를 향한 관심 이면에는 '세계가 주목하는 어린 유망주'라는 인식이 버티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검증됐다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가 언젠가 태극마크를 뛰고 축구 강국을 깨뜨리는 상상을 팬들과 언론이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17살에 불과한 이승우의 앞날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신체와 정신 모두 크게 달라지는 시기이기도 하며 앞으로 20년 이상의 선수 생활을 위해 성장하는 단계다. 이런 선수를 몇 경기로 저울질하며 행동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유추해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과거의 악습 중 하나다.

대표팀의 승리와 패배 모두에 이승우를 끼워 넣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각자의 역할이 맞물려 결과물을 내놓는 게 축구다. 특히 어린 선수 개인의 성장과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란다면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선 전혀 문제 되지 않고 불거지지 않는 이승우를 둘러싼 사안들이 유독 국내에만 들어오면 도마에 오르내리는 것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과거 이승우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던 선수들의 실패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정해서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그들 대부분은 막판에 대중을 향해 입을 다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게 운동장 밖에서의 압박감을 떨쳐내기 위한 그들의 몸짓이었을 수도 있다. 누구도 이승우에게 그런 모습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