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아시아 최강 이란과 준결승행 티켓을 놓고 운명의 한판 승부를 펼친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일 E조 2위 이란과 오후 3시 30분(한국시각) 8강전을 치른다. FIBA 랭킹 17위인 이란은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자타공인 우승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
이란은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18cm)를 필두로 포워드 니카 바라미와 가드 마흐디 캄라니 등 각 포지션에 아시아 정상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예선에서 평균득점(95.7점)과 리바운드(50.5개) 모두 출전국 중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란은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
한국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이란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한국은 문태종, 오세근, 김선형, 김주성 등 지난해 주력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며 전력이 약해졌다.
한국이 정상적인 전력으로 맞붙어서 이란을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결승 때처럼 다양한 협력플레이와 함정수비로 이란의 공격을 최대한 무력화시켜야한다. 당시 바라미가 30점을 넣었지만 에이스인 하다디가 한국의 집중수비에 페이스를 잃고 부진하면서 한국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 한국의 공수를 이끄는 빅3는 양동근-조성민-이승현이다. 세 선수가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득점 의존도가 너무 높은데다 수비에서도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토너먼트에서는 이들 외에도 다른 선수들의 지원이 절실하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골밑에서 하다디 봉쇄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이들은 예선전에서 외국 장신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두 선수 중 한명이라도 파울트러블에 걸리면 한국의 골밑이 그대로 붕괴될 위험도 높다. 적극적이고 치열한 몸싸움과 함께 효율적인 파울관리 역시 필요한 대목이다.
문태영과 김태술의 활용도 역시 변수다. 두 선수 모두 그동안 다소 부진했으나 예선리그 최종전이던 카자흐스탄전에서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문태영은 그동안 아시아의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란전에서는 최고 포워드인 바라미와 매치업을 이뤄야한다.
꼭 득점만이 아니더라도 수비와 리바운드 가담에서 문태영이 해줘야할 역할을 많다. 김태술은 양동근의 체력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면서 경기운영에 힘을 보태야한다.
단기전에서는 당일의 컨디션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주득점원인 양동근과 조성민 외에도 누군가 한명쯤은 '미친 선수'가 해결사로 나와 줘야 한다는 의미다.
97년 리야드 아시아선수권에서의 전희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의 김승현과 현주엽,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문태종 같은 선수들이 지금의 대표팀에도 절실히 필요하다. 이들은 모두 한국이 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극적으로 우승을 달성했을 대회 당시의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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