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6개월전 국회는 지금 쩐 아닌 룰의 전쟁
안으로는 '안심번호' 두고 공천룰 전쟁, 밖으로는 선거구 '밥그릇 경쟁'
20대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의도발 ‘룰 전쟁’에 불이 붙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안으로는 당내 공천룰 문제로, 밖으로는 선거구 획정 문제로 이른바 피 튀기는 생존경쟁에 뛰어든 모습이다.
먼저 불씨가 붙은 건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다. 여야 대표가 지난 28일 ‘부산 회동’으로 성사된 해당 제도는, 전화 여론조사를 통한 일종의 상향식 공천제도다. 보통 후보 공천을 위해 각 정당은 당내 심사 및 지역별 경선 또는 전략공천을 실시하지만, 이번에는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동원경선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로 일회용 전화번호를 부여한다. 즉, △정당이 중앙선관위에 안심번호 선거인단 구성을 요청하면 △선관위는 이통사로부터 성별·연령·지역이 골고루 분포된 일반 유권자의 표본을 1회용 가상번호로 넘겨받아 정당에 제공하고 △정당은 이 번호를 여론조사 기관에 넘기되 모든 과정은 선관위가 감독 하에 진행된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민심 왜곡과 조직선거, 선거비용이 많이 들 것이 우려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자, 새누리당 내 친박계도 적극 거들며 김무성 대표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여론조사보다는 청와대 몫으로 분배될 전략공천을 내심 바라고 있어서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안심번호는 국민공천제가 아니다”라며 “여야 대표가 회담은 할 수 있는데, 그게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합의를 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놨다”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고, 김 대표는 "당 대표에 대한 모독은 오늘만 참겠다.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비노계도 칼을 들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모바일 투표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노계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최원식 의원은 “국민의 90% 초반만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모바일 투표는 대리투표가 가능하고, 사후에 검표 작업도 불가능해서 조작 여부조차 확인을 못한다”며 10월 중으로 민집모 주최 토론회를 열고 안심번호제의 문제점을 알리는 한편 대안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야 대표 역시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속내가 복잡하다. 일단 선거인단 규모부터 ‘동상이몽’이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취지를 살려 2만여명 이상 단위의 대규모 선거인단을 선호하는 반면,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선거비용을 줄이겠다며 300∼1000명을 적정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여론조사 날짜 조율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일이나 휴일 또는 정확한 시각을 두고도 여야 간 셈법은 각기 다르다.
선거구 재획정 오는 2일로..."농어촌 주권 지키겠다"
공천룰 이해관계로 여당 친박과 야당 비노가 손을 잡은 데 이어,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밥그릇 문제를 두고도 여야가 하나로 뭉쳤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농어촌 지역구가 통폐합 위기에 놓이자, 선거구 축소에 반대하는 농어촌 지역구 여야 의원들 10여명이 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오는 13일까지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새누리당 황영철·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 등 ‘농어촌·지방 주권 지키기 모임’ 의원 10명은 이날 성명에서 “농어촌은 죽이고 대도시만 살리는 선거구 획정을 결사 반대한다”며 △농어촌·지방의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한 원칙과 기준 마련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 설치 △선거구 획정 잠정 연기를 요구하고 “우리 뜻이 관철될 때까지 농성을 통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 수를 지키는 것이 선거구 재획정의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며 농어촌 특별선거구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농어촌에만 특별선거구를 두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만이 합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의 입법재량으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오는 2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역구 선거구 수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여야 당 대표 및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2+2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생뚱맞은 제안”이라며 단칼에 거절하면서 단순 여야 협상의 문제를 넘어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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