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실력 발휘를 못하며 도마에 올랐던 김태술은 지난 24일 고양 오리온전에서 시즌 최다인 17점에 3도움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상대가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파죽지세의 오리온이었다는 점에서 김태술의 활약은 더 의미가 있었다.
김태술은 이날 경기 전까지 6경기에서 총 16점을 기록했다. 이날 오리온전 1경기에서 올린 득점이 6경기에서 올린 득점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김태술의 부진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태술이 득점으로 승부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만큼 슛 성공률이나 공격 시도 면에서 위축됐다는 증거였다.
김태술은 2~3년 전까지 국내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불렸다. 창의적인 패스와 경기운영 능력으로 KBL 역대 포인트가드 계보를 이을 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KCC 이적 이후 김태술의 농구인생은 부침을 겪었다. 계속된 잔부상과 함께 KCC의 전술에도 적응하지 못하며 부진에 빠졌다. KBL 최고수준인 연봉 5억의 고액 연봉자로서 몸값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부진은 올 시즌에도 계속됐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2015 아시아선수권에 국가대표로 차출됐지만 실망스러운 성적만을 남기고 돌아왔다. 심지어 소속팀에 다시 복귀한 이후에는 그동안 잘나가던 팀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악재도 발생했다. 오히려 김태술이 없을 때 KCC 경기력이 낫다는 굴욕적인 평가도 흘러나왔다.
물론 지난 오리온전 한 경기만 놓고 김태술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다소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태술이 제 활약을 보여줄 때 KCC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리온전에서도 전매특허인 어시스트는 수치상으로 많지 않았지만 컨디션이 살아난 김태술이 경기의 완급을 조절하고 동료들에게 꾸준히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면서 KCC의 전체적인 볼 흐름도 매끄러워졌다.
그간 김태술의 부진에는 심리적인 문제도 컸다는 평가다. 볼을 가지고 공격을 전개하는데 능한 안드레 에밋, 전태풍 같은 선수들이 있다 보니 경기운영과 볼 배급에 능한 김태술의 장점이 활용될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호흡을 맞추다보면 조직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남아있지만, 김태술 본인도 함께 뛰는 동료들의 성향에 맞춰 역할 변화에 적응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KCC는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다. 추승균 감독도 3~4라운드 이후를 KCC의 조직력이 궤도에 오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김태술이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는 것도 KCC의 반등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모처럼 제 몫을 한 김태술이 과연 삼성을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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