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하계올림픽 열기에 덮일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UFC 등 종합 격투기를 비롯한 격투 스포츠가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종합 격투기 단체 UFC의 서울 대회와 12월 로드FC의 중국 상해 대회는 2016년 새해 한국 스포츠 시장에서 격투기 붐이 일어날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돌이켜 보면 2000년대 중후반기 한국은 K-1, 프라이드 등 일본 브랜드 격투단체가 스포츠 전문 채널을 중심으로 중계되면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그 시기 제롬 르 밴너, 피터 아츠, 레미 본야스키,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크로캅, 마크 헌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밥 샵 등 수 많은 파이터들이 격투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씨름과 유도, 복싱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국내 선수들도 자연스레 격투기 종목으로 흘러들어갔다. 대표적인 선수는 역시나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이다. 천하장사 출신의 최홍만은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앞세워 K-1 무대에 뛰어들었고, 세계적인 강호들을 꺾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터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해 일본 격투기 단체들이 재정난 등을 이유로 해체됐고, UFC와 같은 단체에 흡수됐다. 국내에서도 인지도와 대회 개최 여건 등 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인기가 시들해졌다.
반전의 신호탄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 온 UFC의 비상이었다. UFC는 국내에서도 적극적으로 소개가 됐고, 경쟁력 있는 수많은 선수들이 명경기를 펼침으로써 국내에서도 종합격투기의 인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김동현, 정찬성, 추성훈 등 뛰어난 기량을 지닌 한국 출신 파이터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UFC는 1980년대 프로복싱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로드 FC라는 토종 격투기 브랜드가 선진화된 시스템과 치밀한 미디어 전략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다. 로드FC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중들에게 노출되면서, 대중들에게 격투기는 더 이상 무서운 스포츠가 아닌 적절한 위험성을 지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인식됐다.
2014년과 2015년이 국내 격투기 인기의 재도약 시기였다면 2016년은 그야말로 격투기의 진정한 전성기가 될 전망이다. TV 중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며,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 역시 다양성을 지닌 브랜드로 세계로 뻗어나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현재 UFC와 로드FC가 확실한 인지도와 인기를 쌓고 있는 가운데 ‘벨라토르’, ‘글로리’, ‘라이진’ 등 그동안 국내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브랜드의 격투기 대회가 속속 국내에 소개되고 있고, TOP FC와 같은 국내 격투기 브랜드도 로드FC의 성공에 자극 받아 나날이 분발하고 있어 국내 격투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로드 FC는 중국과 손잡으며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 로드 FC
이제 격투기는 케이블 등 최소 5~6개 채널에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이처럼 격투기가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고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스포츠가 아닌, 엄격한 룰 아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트레이닝을 거친 프로 선수들이 안전하게 펼치는 스포츠라는 인식의 정착이다.
최근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관중석에는 여전히 남성 관중들이 대다수이지만, 여성 관중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격투기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증거다.
정문홍 대표가 이끄는 로드 FC는 지난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선언하고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대회를 국영TV인 CCTV를 통해 중계했다. 게다가 중국 공중파 채널에서 격투기 대회를 중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급기야 샤오미, 탄센트 등과 같은 중국 거대 기업과 제휴한 로드FC는 올해 홀수 달에는 국내에서, 짝수 달에는 외국에서 대회를 치른다는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게임을 비롯한 격투기 관련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를 펼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UFC 역시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한 대회를 통해 한국 팬들의 엄청난 지지를 확인한 만큼 올해 더욱 더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동현, 추성훈, 정찬성 뿐만 아니라 최두호, 임현규, 양동이, 함서희 등 세계 수준의 기량을 지닌 한국의 뉴페이스들이 계속 UFC 무대에 등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점도 인기가 치솟을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황제 타이틀을 달았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의 복귀 무대였던 라이진도 과거 프라이드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야심차게 출범시킨 일본 격투기 브랜다. 라이진은 6각 또는 5각의 케이지가 아닌 프라이드나 K-1 무대였던 4각 링에서 경기를 펼치고, 일본과 한국, 러시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우수한 파이터들을 다수 소개하고 있어 국내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스포츠 팬들은 기본적으로 격투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을 세계 톱10의 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도 유도, 태권도, 레슬링, 복싱 등과 같은 격투 종목이었다.
따라서 격투기 브랜드마다 각자 가진 특징을 잘 살려 뛰어난 기량을 지닌 선수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프로모션한다면 격투기는 국내 프로스포츠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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