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세경은 최근 종영한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백성을 대변하는 분이 역을 맡았다.ⓒ나무엑터스
1998년 아홉 살 소녀는 서태지 'Take 5' 포스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린나이 답지 않은 깊은 눈빛과 신비로운 이미지의 소녀는 6년 후 연기자로 데뷔한다. 12년이 흐른 2016년 현재,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20대 대표 여배우가 됐다.
최근 50부작 사극 '육룡이 나르샤'를 마친 신세경(25)을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신세경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세 번이나 호흡한 여배우다. '선덕여왕'(2009)에서는 천명공주 아역을, '뿌리깊은 나무'(2011)에선 타고난 기억력을 지닌 소이 역을 맡았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유일한 여자 용이자 백성을 살려내기 위해 끝까지 살아 견디는 분이 역을 소화했다. 신세경은 쟁쟁한 남자 배우들 틈에서 꿋꿋하게 버틴 여배우로 성장했다.
드라마는 방송 내내 10% 중, 후반대 시청률로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지켰다. 긴 호흡의 사극을 성공적으로 마친 신세경은 "체력적으로는 미니시리즈보다 덜 힘들었다"며 "다만, 8개월 동안 긴장감을 유지해야 해서 지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극 중 분이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다. 백성으로 구성된 정보 조직의 수장인 분이는 조선을 건국하려는 정도전(김명민)과 이방원(유아인)에게 도움을 줬다. 백성을 대변한 분이는 "살아있으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심지 굳은 말로 이방원을 움직이게 한다.
최근 종영한 SBS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한 신세경은 분이 역을 맡아 유아인과 로맨스를 펼쳤다.ⓒ나무엑터스
용감한 분이에게 끌렸다는 신세경은 "난 분이와 너무 다르다"며 "모험과 도전보다는 익숙한 걸 따르는 편이고, 분이와는 다르게 겁도 많다. 나와 다른 매력이 있는 역할이라 애착이 갔다"고 설명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세 번재 러브콜을 받은 이유에 대해 묻자 "부끄럽다"고 수줍게 웃은 뒤 "작가님이 믿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작가님이 창조하신 여성 캐릭터가 능동적인 인물이라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육룡이 나르샤'엔 실존 인물 셋(정도전·이방원·이성계), 가상 인물 셋(분이·이방지·무휼)이 등장했다. 분이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는 가상 인물이었다.
"가상 인물이라 더 좋았어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거든요. 분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움직여요. 확실하고 선이 굵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답니다. 통쾌하고 재밌었죠(웃음)."
시간이 흐른 뒤 분이가 죽지 않고 나이 든 모습으로 나온 결말에 대해선 "희망을 마주한 엔딩"이라며 "분이 마저 죽고 희망의 불씨가 꺼졌다면 낙담했을 듯하다. 분이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육룡이 나르샤'는 신세경 외에 유아인, 김명민 등 스타들과 김영현, 박상연 스타 작가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다.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조금은 아쉬울 법한데. "시청률은 예상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에요. '육룡이 나르샤'는 모든 게 완벽한 작품이라고 확신했고 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최근 종영한 SBS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한 신세경은 "가상 인물 분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재밌었다"고 밝혔다.ⓒ나무엑터스
신세경은 유아인, 변요한, 윤균상 등 멋진 남자 배우들과 호흡했다. 여성 시청자들이 부러워한 '근무 환경'이다. "정말 행복했죠. 하하. 여성분들이 절 부러워했답니다. 분이는 다른 캐릭터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잘 호흡하려고 노력했어요. 처음부터 불편한 배우가 없을 정도로 다 친했어요. 원만한 인간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듬뿍 얻었어요."
유아인과는 '패션왕'(2012)에 이어 두 번째 멜로 호흡이다. 신세경은 "그간 해왔던 멜로와는 달랐다"며 "감정적인 교류뿐만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 생각을 주고받으며 사랑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멋있다"며 "닮고 싶은 배우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사실 이방원과 분이의 로맨스가 좀 더 그려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순 없는 것 같아요. 멜로 드라마가 아닌 사극이니까 인물, 사건이 적절하게 얽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예전에는 항상 멜로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육룡이 나르샤'를 찍으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세상을 향한, 심오한 메시지가 있는 작품에도 흥미를 느껴요."
'육룡이 나르샤'는 신세경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 작품을 찍기 전에는 뭔가 더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죠.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선 나서야 할 때와 뒤를 돌아야 할 때를 판단하게 됐어요. 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 작품 전체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에 중점을 뒀답니다."
영화 '어린 신부'(2004)를 시작으로 연기에 입문한 신세경은 '토지'(2004), '선덕여왕'(2009), '지붕뚫고 하이킥'(2010), '뿌리깊은 나무'(2011), '패션왕'(2012), '남자가 사랑할 때'(2013), '아이언맨'(2014), '냄새를 보는 소녀'(2015), '육룡이 나르샤'(2015~2016)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배우 신세경은 "최근 종영한 SBS '육룡이 나르샤'를 찍고 메시지가 있는 작품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나무엑터스
'신데렐라'(2006), '오감도'(2009), '푸른 소금'(2011), '알투비:리턴투베이스'(2012), '타짜-신의 손'(2014) 등 다양한 영화도 찍었다. 안방, 스크린 넘나들며 활동한 셈이다.
숱한 러브콜을 받은 이유를 묻자 그는 "부족함이 있는 존재가 인간이고 그런 인간이 드러나는 게 영화나 드라마"라며 "내가 부족하고 평범해 보여서 그런 듯하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일 욕심이 있는 듯하다고 하자 "일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며 "내 모습과 반대되는 캐릭터에 유독 끌린다"고 했다.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을 훌쩍 넘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하면서 '카더라'라는 소문을 안 믿게 된다"고 토로했다.
"사람의 성격과 성향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작은 행동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아요. 들리는 얘기엔 신경 안 쓰기로 했어요."
배우 신세경은 최근 종영한 SBS '육룡이 나르샤'를 두고 '모든 게 완벽했던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나무엑터스
진지한 얘기를 꺼낸 신세경은 요즘 들어 '의사 표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의견을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 타이밍이 있어요. 특별한 의도 없이 말했는데 얘기가 이상하게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어떻게 지혜롭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랍니다. 데뷔 때는 너무 어려서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제 의견을 말하기 힘들었답니다. 그래서 일이 복잡해지고 그랬어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예전보다 더 나아졌죠."
'청순 글래머'라는 수식어에 대해선 "양날의 칼"이라고 강조한 뒤 "대중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며 "그런 수식어는 내 손을 떠난 문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역 배우로 오랜 시간 일한 이 여배우에겐 '달관'과 '초연'의 모습이 엿보였다. 배우 신세경이 아닌 인간 신세경의 모습은 어떨까. "전 어제 다르고, 오늘 달라요. 하하. 아침에 다르고, 밤에 다르고...분위기가 다양하죠."
평소 제과, 제빵을 즐긴다는 그는 "손으로 뭘 만드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요가나 헬스도 하는데 제가 몸 쓰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운동은 걷기로 만족할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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