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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찍겠지" vs "대구는 뚜껑 열어봐야 안다카이"


입력 2016.04.07 05:47 수정 2016.04.08 17:21        대구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대구 수성갑>

"김문수 당의 자산이지만" "김부겸 사람은 좋지만"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의 정치부 기자들이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대구 수성구 신매역 사거리에서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이 걸어져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가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 근처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구 동남부의 위치한 수성구는 경제와 교육 중심지로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곳이다.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은 서울 강남과 부산 해운대에 이어 전국 세번째 수준이고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높다.

특히 경북구, 대구과학고, 대구 경신고 등 명문 고등학교가 몰려 있어 주민들의 자부심 또한 상당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수성이 '대구의 강남'으로 불려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롯이 '수성'이라는 대명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수성갑은 그동안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곳이다. 그러나 3일 '데일리안'이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막판까지 이 곳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게 만들었다.

현 주인인 이한구 의원의 불출마로 인해 수성갑을 사수하러 내려 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대구에서 세번째 도전에 나선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두 거물급 정치인이 펼치는 '수성갑 대첩'은 점점 흥미로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김문수는 당의 자산"이라는 새누리, 주민들 "김문수 요 와서 뭐 했는데"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 후보는 대구 소재 경북중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구의 김문수'보다는 '경기도의 김문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울대를 나와 노동운동을 해오던 그는 1994년 민주자유당에 입당, 경기도 부천소사구지구당 조직책이 됐고 1996년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출마해 같은 지역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6,17대에서도 당선되며 부천소사에서 3선을 지냈고 임기 도중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국회의원을 사임하고 경기도지사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도지사 재선에 성공하며 '경기도의 김문수'라는 이미지가 더욱 커졌다. 그러면서 여당 내 대권후보로도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8월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서기 된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사실상 20대 총선 수성갑 출마가 예고된 것이었다. 당 관계자는 김 후보의 귀향 배경을 "낙후된 대구를 살리고 무너져가는 수성갑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선택했다.

지난 3일 캠프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수성갑을 '여당의 험지'라고 표현했다. 그는 "당에서 수성갑으로 내려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다 (김부겸 후보에) 지는 걸로 나왔다. 그래서 김 후보가 구원투수 격으로 등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후보가 마치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내려온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사람들은 왜 김문수가 경기도에서 잘 살다가 내려왔냐고 하는데 보수의 새 패러다임을 보여줄 사람이 김문수다. 보수 정당에서 이만한 사람이 없지 않나"며 "대구 시민들이 새누리당을 혼 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알지만 김문수는 당의 자산이며 인물로 볼 때 김부겸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구민들이 우리를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민심은 싸늘했다. 오랫동안 지역구를 닦아온 '김부겸 바람'과 함께 수성갑의 현재 주인인 이한구 의원(전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반감도 상당했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70대 조모 씨는 "새누리당이 공천에서 너무 지X해서 대구 사람들이 등을 다 돌렸다"고 했고 신매시장에서 만난 60대 안모 씨도 "대구 분위기가 마이 변했어예. 무조건 새누리당이라는 정서는 이제 없심더"라고 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40대 남성도 "김문수는 여기 나올 명분이 없다 아입니꺼"라고 부정적인 말을 했고 택시기사 은모 씨도 "김문수가 요 와서 뭐 했는데. 전부 대구 돈 위로 끌어올릴카는거 아이가"라고 비판했다. 62세 김모 씨 역시 "난 예전엔 무조건 새누리당이었는데 요새 공천 파동을 보면서 미워저예. 이한구는 요서 한 게 없다는 여론이 많아예"라고 밝혔다.

정가에서 이 의원은 평소 지역구 관리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공천 과정에서 공천위원장으로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지역민들에게서 멀어졌다. 이 때문인지 이 의원은 김 후보의 유세에 지원하는 모습을 일체 보여주지 않고 있다. 통상 지역에서 불출마하는 의원이 차기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지원유세를 온다 해도 그리 도움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3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13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 인근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2년 총선, 2014년 지선에 이은 세 번째 도전 김부겸, 현재까진 순항 중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 여론에 김부겸 후보 측은 속으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경북 상주 출신이 김 후보는 대구국민학교와 대구중학교, 경북고등학교를 나왔다.(김문수 후보와는 고교 7년 선후배 관계다.) 그는 16대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 군포시에서 당선됐고 17대에선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선됐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4선이 유력해 보이던 그는 돌연 고향 대구행을 선택했다.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한 정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변화와 개혁의 문을 열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3선의 이 의원을 상대로 하는 쉽지 않은 게임이었지만 4만 6413표를 얻어 유효표의 40.4%를 득표, 선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 의원과의 표차는 1만 4000여표에 불과했다.

그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지역 기반을 다졌고 2014년 지방선거에는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었다. 비록 40.3%를 얻어 패했지만 수성갑 지역에서는 50.1%를 획득해 권 후보를 앞서는 저력을 보였다. 세번째 도전을 하는 그의 캠프 분위기는 밝아보였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캠프 관계자들의 표정은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한 관계자는 "우리 후보는 시민들하고 상당히 밀착돼 있는 느낌이다. 스킨십도 강하다"며 지역밀착형임을 강조했다. 그는 "양 후보 모두 정치적 생사가 달려있는 게임"이라며 "4년 전 낮은 인지도에도 40%를 얻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대구 시민 중 마음을 새누리당으로 이미 갖고 있는 분들은 어쩔 수 없다. 그 표를 못 잡으면 어렵다.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 줄 모르니까 계속 긴장하고 있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유권자들의 반응은 김 후보에 우호적이었다. 이들은 김 후보가 지역에서도 이미지가 좋다며 이제는 당선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더민주당에 대한 반감은 여전했다. 대구의 표심은 뚜껑을 열어볼 때까지는 모른다는 반응도 있었다.

신매시장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김부겸이가 된다. 요는 대구의 정치 1번지인데 이번엔 김부겸이가 될 것 같네예"라고 전망했으며 행인 60대 남성도 "이상하게 김부겸이가 될 것 같네. 계속 안 될 것 같드만 이번엔 확실히 이길 것 같다는 얘기가 돌대"라고 밝혔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30대 허모 씨도 "요는 젊은 사람들은 다 파란색이라예. 김문수보고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뺄라 한다'고 캅디다. 나는 김부겸이가 됐으면 좋겠어예. 이번엔 바까삐야 합니다"고 했고 50대 이모 씨도 "동서 화합 차원에서 김부겸이가 돼야지예. 전남에 이정혀이처럼 요서도 한 명은 야당이 나와야 해예. 이한구는 우리가 마이 밀어줐는데 한 게 없고 김문수는 외지에 너무 오래있었어예"라고 말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중년 남성도 "난 이번에 인물보고 투표할끼라예"라며 김 후보 지지를 암시했다.

"그래도 큰 일 해 본 사람이 잘 하지", "김부겸이는 좋지만 더민주가 싫어서..."

김부겸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상당한 분위기 속에서 "그래도 대구는 새누리당아입니꺼"라고 말하는 주민들도 일부 있었다. 이들은 김 후보가 오랜 기간 험지에서 고생한 것은 알지만 당을 보면 뽑기가 주저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의류업 종사자 40대 김모 씨는 "지역주민을 위한 선량한 정치인을 뽑아야지예. 저는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강합니더"라며 "구를 발전시키려면 구청장이나 구의원을 잘 뽑는 게 맞지만 국회의원 선거에 중요한 건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큰 일을 해보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믿음직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새누리당에 표를 더 몰아주야 합니다. 지금 유승민이하고 무소속 후보들 하는 꼬라지보면 마음에 안 듭니더. 그게 말이나 됩니꺼"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60대 남성도 "김부겸이는 사람은 좋은데 당이 별로라예. 지금 김부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건 아는데 그래도 근소한 차이로 김문수가 이길 거라고 봅니다"라며 "대구는 정당보고 투표하거든예. 2번은 친구하기 좋고 1번은 일꾼에 어울린다는 말도 있다카데예. 영호남 지역구도 이거 쉽게 안 깨질깁니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은모 씨도 "김부겸이하고 김문수하고 막상막하라 카는데 대구 민심은 새누리당이 거진 앞선다고 봐야지예. 아무리 김부겸이 김부겸이 해도 뚜껑 열어봐야 압니더. 선거날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더. 기득권 층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고예"라고 강조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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