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추인' 비웃더니 '합의추대' 꺼낸 더민주
더민주 지지자들 "듣다 듣다 '합의 추대론'까지 하나"
정장선 비대위 총무본부장 "추대라는 것 쉬운 것 아냐"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당 대표 합의추대'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지지자들 사이 "지난해 새누리당이 박수 추인하는 모습을 보고 웃었는데 더민주가 이럴 수 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새누리당은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박수로 사퇴 권고를 추인하고, 신임 원내대표로 단독 출마한 당시 원유철 전 새누리당 정책위원장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표결 없이 박수를 통해 만장일치로 선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은 새로 꾸려진 여당 원내지도부를 향해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통해 국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의회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복원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당시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또한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박수로 통과시킵시다. 이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죠?'라는 식은 북한식 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랬던 더민주 내에서 '박수 추인'처럼 경선을 거치지 않고 대표를 결정하는 '합의 추대' 바람이 불고 있다. 당이 호남에서 참패했지만 수도권에서 압승하며 원내 제1당이 된 것엔 김 대표의 공도 적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합의 추대라는 것도 완전히 버릴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고, 김부겸 더민주 당선인 또한 22일 "김 대표가 와서 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간 것은 모두 동의한다"며 "합의 추대 문제를 배제하지도 말되,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분들의 견해까지 포함해서 논의해보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 추대 논란 자체가 불쾌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20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내가 합의추대라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왜 그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지지자들은 비례대표 관심 없다더니 2번 꿰차던 노욕으로 당 대표직 또한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접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반응은 더민주 홈페이지 내 '정감 게시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작성자 '보라정원'은 "20~40대가 김 대표가 잘해서 혹은 그 주변인들이 좋아서 찍어줬을 것 같나. 대표와 지도부가 잘했다면 정당 비례에서 국민의당에게 밀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더민주 집토끼 지지자들 분노하고 기권하고 싶게 만들고 있다. 이런 꼴 보려고 당비납부하며 권리당원 가입한 줄 아느냐"고 쓴 소리를 던졌다.
이어 "듣다 듣다 이젠 '합의 추대'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작년 원내대표 축출 파동 때 새누리당에서 박수 추인, 합의 추대를 이야기해 '북조선'스럽다고 막 비웃었는데 (이제) 더민주에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며 분노했다.
작성자 '정신차려!!' 또한 "30년 더민주 지지자인 나는 분노한다. 당 대표를 하고 싶으면, 출마해서 선택 받으라"며 "혹시라도 추대로 당 대표가 된다면 더민주의 미래는 없으며, 지지자들은 당을 탄핵할 것이다. 현 지도부는 정신 똑바로 차려라. 반칙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정장선 더민주 비대위 총무본부장은 지난 20일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김 대표가) 많은 역할을 했으니 김 대표 체제가 좋다면 추대를 하는 것이고, 경선이 필요하다면 경선을 하는 것이다. 순리대로 해야지 억지로 할 상황이 아니"라며 "추대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여러 경선자가 있으면 당연히 경선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