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부임 후 원외위원장 위상이 달라졌다?
홍범식 부실장 임명, 의총 전 원외위원장회의 소집 등
원외위원장들 "전문성 있는 인사 적재적소 배치 기대"
표류하던 새누리당을 이끌 선장으로 이정현 대표가 결정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그동안 주목 받지 못 하던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원외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당의 움직임에 원외위원장들은 흡족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을 보좌할 첫 인사로 윤영석 비서실장과 홍범식 부실장을 임명했다. 통상 대표비서실장은 원내 인사 한 명으로 정해졌던 과거 관례로 볼 때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원내외가 하나이고 동지다. 당 대표직을 수행함에 있어 원내외 창구가 다 필요했기 때문에 비서실의 부실장을 운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이번 결정은 그간 '당무에 원외 인사를 배제하지 말라'고 꾸준히 요구해 온 원외위원장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외위원장들은 총선 이후 패배의 책임을 '친박패권주의'로 규정하며 원외의 목소리를 당무에 반영하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는 전국 원외위원장협의회가 개최됐다. 이성헌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허용범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장 등을 20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원외 신분으로 지역을 맡고 있는 이들이 중심이 돼 당을 바꿔보자는 의미로 열린 행사에는 당 지도부와 전대 주자들이 몰려 이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정준길 광진을 위원장은 "원외위원장협의회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의 구성원이 되는 방향으로 당헌이 개정돼야 한다"며 원외 인사가 당직을 맡는 구조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당에서 원외위원장들에게 너무 무관심하고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어떤 모임도 개최한 적이 없다"며 "지금은 전당대회 전이라 후보들이 와서 인사말씀을 하지만 전대 이후 우리는 찬밥 신세가 되는 걸 여러분도 알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원외위원장들은 지난 4일 서대문구 모처에서 한 차례 더 모였다. 참석한 오 전 시장은 "원외위원장 모임을 과거에 비해 내실 있고 자주 열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대표가 되는 분은 분기에 한 번씩이라도 우리가 마련하는 모임에 참석을 해준다면 원외의 목소리가 바로 당에 전달되는 소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참석한 전대 후보들은 모두 박수로 화답했다.
주요 당직 원외 인사 배치 약속한 이정현, 원외위원장 회의 개최
이 대표는 후보 시절 주요 당직에 원외 인사들을 포함시킬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는 4일 원외위원장 앞에서 "차기 대선에 관여할 거의 모든 당직을 원외 인사를 모시고 할 것"이라며 "원외위원장들이 조금만 뛰다 보면 그 누구 못지 않은 대단한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기획, 정책기획, 홍보기획 등 원외 인사가 원내 인사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다"며 "선심 쓰듯 당직을 주는 게 아니라 실질적 필요에 의해 반드시 원외 인사들이 대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굉장히 깊이 있는 당무에 참여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월 11일 행사에서도 "원외에 있는 많은 분들은 이번에 당선이 안 됐을 뿐 전직 국회의원, 장관 등 굉장한 이력 가진 분들이며 여러 분야에서 다른 분들에게 조금도 안 뒤지는 최고의 전문성을 갖고 잇는 분들"이라며 "당의 실질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원외위원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순전히 원외위원장 위주로 실질적 대선을 준비하고 이끌어 가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약속대로 비서실의 한 자리를 원외에게 준 이 대표는 앞으로도 '이정현호'에 원외 인사들을 전면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취임 후 첫 의원총회 개최에 앞서 원외당협위원장 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에 따르면 17일 오후 2시, 여의도 당사에서 이 대표 주재로 136명 원외위원장을 불러 모아 회의를 연다.
이 자리는 원외위원장들이 향후 당 운영은 물론 내년 대선 준비에 적극 참여해 능력을 십분 발휘할 방향을 모색하고 신임 지도부가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원외위원장 "단순히 자리 요구하는 거 아냐, 신임 지도부 기대해볼만"
원외위원장들은 이 대표의 행보에 일단은 만족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들은 당직 하나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문성 있는 원외 인사들이 힘을 합쳐야 하고 그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1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이 최대의 목표이고 그걸 위해선 모든 당력을 결집시켜야 한다"며 "원외위원장이 있는 곳은 낙선자 지역, 곧 취약 지역이라는 뜻인데 그 쪽 민심을 흡수하려면 결국 원외위원장이 더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대선 기획단에 원외 인사를 많이 넣겠다고 한 것은 지극히 옳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위적으로 그렇게 해야만 당력이 총 결집될 수 있다"며 "당직을 맡는다고 해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를 위해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명분을 달라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새 지도부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원외위원장 협의회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상휘 동작갑 위원장도 "중요한 것은 원외위원장들이 자리 하나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총선 참패 이후 침체된 당의 수평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내일 회의에서 이 대표가 원외위원장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외 인사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이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자원을 지도부에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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