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롱대롱 슈틸리케 ‘만화 축구’ 조광래 전철 밟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10.19 05:35  수정 2016.10.26 14:59
최근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는 오히려 조광래 전 감독의 실패 사례를 더 떠올리게 한다. ⓒ 연합뉴스

'탓탓탓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단두대 매치 앞에 섰다.

오는 11월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은 슈틸리케 감독과 월드컵을 향한 한국축구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2승1무1패로 이란-우즈벡에 그친 A조 3위에 머물러 있다. 홈에서 열리는 우즈벡전마저 승점3을 놓친다면, 한국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은 장담할 수 없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우즈벡전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부임 이후 지난 2년간 비교적 무난하게 팀을 운영해왔지만 최종예선에 접어들어 그동안 가려진 문제들이 잇따라 드러나며 궁지에 몰렸다. 의문의 선수 선발과 저조한 경기력, 부진의 책임을 선수나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는 듯한 실언으로 구설에 오르며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란 원정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한 뒤 “한국에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 “이런 식이라면 월드컵 본선에 못 간다” 등 유체이탈 화법은 많은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3일 이란전을 마치고 귀국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최근 12년 동안 감독을 10번이나 바꿨지만 무엇을 얻은 것이 있는지 생각해봐야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경질도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지만, 여전히 팀의 위기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자기변명에만 급급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을 바라보는 팬들의 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란전 이후 슈틸리케 감독의 팀운영과 실언으로 비난 여론이 급등하며 “당장 경질해야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아직은 조금 더 믿고 기다려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교체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잦은 감독교체가 대표팀 발전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2006 독일월드컵이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예선과 본선까지 각기 다른 3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혼란을 겪었으나 결과도 내용도 모두 좋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 월드컵을 앞두고 강팀과의 평가전에서 줄줄이 패하며 ‘오대영 감독’이라는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팀 운영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원칙을 끝까지 지키며 결국 한일월드컵 4강 신화라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 여론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을 경질했더라면 2002년의 영광은 어려웠다.

슈틸리케 감독의 교체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잦은 감독교체가 대표팀 발전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하지만 현재 슈틸리케 감독이 처한 상황은 히딩크와는 전혀 다르다는 주장도 많다.

히딩크 감독은 철저히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팀을 운영해왔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현재 아시아 예선에서조차 탈락 위기에 놓여있다. 아시아팀들도 제압하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력에 ‘슈틸리케 축구’만의 뚜렷한 색깔이나 철학이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최근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는 오히려 조광래 전 감독의 사례를 더 떠올리게 한다. 초창기 ‘만화축구’를 표방하며 승승장구하던 조광래 감독은 월드컵 3차예선에서 약체 레바논에 패하며 탈락위기에 몰리자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경질됐다.

실제로 패한 것은 1경기 뿐이지만, 조광래 감독은 당시 무리한 포지션 파괴와 편향적인 선수선발 등으로 팀 운영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고 지적받던 상황이었다. 패배 이후 환경 탓을 하다가 역풍을 맞은 것도 슈틸리케 감독과 흡사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금의 팀 운영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조광래 감독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도자로서 30여년 넘게 이렇다 할 실적을 남기지 못했고, 한국 축구대표팀은 그의 감독인생에서 사실상 마지막 도전으로 여겼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서 히딩크의 길과 조광래의 길 중 어떠한 방향을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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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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