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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와 대권 주자의 상관관계는?


입력 2016.10.23 07:08 수정 2016.10.23 07:08        고수정 기자

우승팀 연고지역 출신 대권후보가 당선 전례 많아

야구가 지역에 기반한 '정치적 스포츠' 특성 때문

반기문 UN 사무총장.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자료사진)ⓒ데일리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승팀 연고지역 출신 대권후보가 당선 전례 많아
야구가 지역에 기반한 '정치적 스포츠' 특성 때문


정치판에는 ‘야구’와 관련한 두 가지 설(說)이 있다. 하나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어느 지역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된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대선 한 해전 우승한 팀이 어떤 올스타팀에 속하는가에 선거 결과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야구가 탄탄한 지역 기반을 두고 민심을 ‘결집’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들이다. 야구를 ‘정치적인 스포츠’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자(前者)는 대선이 치러지는 해의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어느 지역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에 텃밭을 두고 있는 정당, 혹은 연고가 같은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야구해설가 고(故) 하일성 씨는 일전에 “과거에 해태(타이거즈)가 우승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었고 롯데(자이언츠)가 우승했을 땐 김영삼 대통령이 또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우연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한 적 있다.

이 가설에 딱 들어맞은 사례는 직선제(1987년) 실시 이후 13대 대통령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14대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 18대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 등 3명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2년에는 롯데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롯데자이언츠는 현재 보수 정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지만, 2011년 NC 다이노스가 생기기 전까진 부산·경남을 통틀어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은 경남 거제시이며, 정당은 보수 성향의 신한국당(새누리당 전신)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서 당선됐다. 그 해에는 광주·호남을 기반으로 활동한 해태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호남은 진보정당의 성지로,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은 전남 신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에도 박 대통령의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의 삼성라이온즈가 우승했다. 18대 대선 당시에는 ‘야구 민심’이 이전 선거에 비해 큰 고민거리였다고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영남 지지자들이 삼성라이온즈 팬과 롯데자이언츠 팬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경쟁자였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부산 출신이기 때문에 지지층 분산에 대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설은 직선제 시행 후 선출된 6명의 대통령 중 절반만 들어 맞았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 노태우 민주정의당(새누리당 전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1987년에는 호남의 해태타이거즈, 노무현 새천년민주당(더민주 전신)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2002년에는 TK의 삼성라이온즈, 이명박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후보가 대통령으로 배출된 2007년에는 인천의 SK와이번스가 우승했다.

이와 함께 대선 한 해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어느 올스타팀에 속했는지도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설이 있다. 전해 우승팀이 드림 올스타(동군)에 속할 경우 보수 정당이, 나눔 올스타(서군)에 속할 경우 진보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동군에는 삼성라이온즈·롯데자이언츠·두산베어스·SK와이번스·KT위즈, 서군에는 KIA타이거즈, 한화이글스, 넥센히어로즈, LG트윈스, NC다이노스가 속해있다.

1996년 서군인 해태타이거즈가 우승했고, 이듬해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06년에는 동군인 삼성라이온즈가 우승했고, 다음 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다. 2011년도 마찬가지로 삼성라이온즈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자 새누리당이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다. 다만 이 같은 설도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에는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KIA 타이거즈 대 LG 트윈스 경기 때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두산 VS LG or NC…내년 대선에선?

올해 우승 확률이 점쳐지는 구단은 동군 소속이자 서울을 연고지로 한 두산베어스다. 두산베어스는 정규리그 우승팀으로서 현재 LG트윈스와 NC다이노스 중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기다리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경우는 딱 두 번밖에 없었다. 우승 확률은 86.7%다.

다만 전자의 설대로 대선 영향을 따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전자의 설은 대선이 치러진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대선은 1년여 남았다.

만약 후자의 설이 대선판에 영향을 미친다면 두산베어스 우승 시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여야 대권 주자 중 새누리당 후보로 점쳐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본보와 알앤써치가 진행한 대권주자 지지율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 총장은 본보 조사에서 9월 7일부터 6주 연속 1위다. 10월 둘째 주 조사에서 반 총장은 24.7%, 2위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21.3%였다.

또한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도 잠룡으로 거론된다. (자세한 내용은 본보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LG트윈스와 NC다이노스는 둘 다 서군에 속한다. 이를 기반으로 둘 중 한 팀이 우승할 경우 다음해 대선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진보정당 후보로는 현재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 김부겸 더민주 의원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설은 ‘설’일뿐이다. 프로야구 우승팀만큼이나 대통령 당선자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과 비교하면 이번 대선에는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가 상당히 많다. 지지율 1위의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출마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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