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여심 저격수? 일만 했을 뿐이에요"

부수정 기자

입력 2016.11.07 09:01  수정 2016.11.13 08:15

'가려진 시간'으로 판타지 로맨스 연기

'검은사제들'·'검사외전' 이어 흥행 도전

배우 강동원은 영화 '가려진 시간'을 통해 판타지 로맨스에 도전했다.ⓒ(주)쇼박스

'가려진 시간'으로 판타지 로맨스 연기
'검은사제들'·'검사외전' 이어 흥행 도전


"강동원이 곧 개연성이다. 강동원 얼굴 보면 개연성 같은 걸 생각할 틈이 없다."

970만명을 동원한 영화 '검사외전'을 본 한 관객이 쓴 평이다. 강동원(35)의 잘생긴 외모를 보는 재미에 말도 안 되는 개연성 따위는 용서가 된단다. '검사외전'은 헐거운 이야기에도 강동원 효과를 톡톡히 보며 흥행했다.

강동원의 꽃미모는 큰 화면에서 더욱 빛난다. 스크린에 그의 얼굴이 담길 때마다 여성 팬들은 숨죽여 강동원의 '꽃미모'를 관찰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소년이 돼 돌아왔다.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16일 개봉)은 친구들과 함께 산에 갔다가 다음날 혼자 구조된 소녀와 며칠 후 훌쩍 자라 나타난 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감성 판타지 멜로다.

강동원은 극 중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돼 나타난 성민 역을 맡았다. 성민 역에는 강동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30대인 그가 연기한 소년이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특유의 소년 이미지 덕이다.

강동원의 미모는 이번 영화에서도 빛난다. 성민을 유일하게 믿어주는 친구 수린(신은수)이 강동원의 긴 머리를 자르는 장면에서 특히 그렇다. 이번에도 '여심을 저격' 할 만하다.

배우 강동원은 영화 '가려진 시간'에 대해 "소중한 친구를 위해 희생한 한 소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주)쇼박스

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강동원은 "여자 마음은 알려고 해도 모르겠다"며 "난 그냥 앉아 있었을 뿐"이라고 미소 지었다.

혹시 여성 팬들을 의식해 촬영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전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영화에 어떻게 나오느냐는 감독의 몫이에요. 배우가 연기할 때 '이 장면은 관객들이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위험해요. 예쁜 척, 잘생긴 척하면 감정이 깨지거든요. 자기가 나오는 모습을 신경 쓰고 캐릭터를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가려진 시간'은 한국영화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르를 표방한다. 만화적 상상력과 섬세한 연출, 소년과 소녀의 특별 교감을 다룬 이야기 등 삼박자가 잘 버무려진 게 미덕이다.

엄 감독은 어린 성민 역으로 강동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검사외전' 촬영 중인 강동원을 캐스팅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갔다. 배우는 출연을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저보다 젊은, 20대 배우가 연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만약 제가 20대였으면 단번에 한다고 했을 텐데 30대 중반이라 걱정했죠. 적극적으로 영화 출연을 권한 감독님의 진심에 끌렸고, 판타지 로맨스가 스크린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멈춘 시간 속에 갇혀 성장하는 성민을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오글거릴 수도 있는 부분이다. 강동원은 관객들이 캐릭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기의 적정선을 찾아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영화 '가려진 시간'에 출연한 강동원은 "관객들이 영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밝혔다.ⓒ(주)쇼박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시간에 갇혀서 이런 아이가 될 거야'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자기만의 세계에 너무 빠지지 않은, 현실 세계의 아이들과 비슷한 아이로 표현했습니다. 관객들이 '성민이 말투가 왜 저래?'라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30~40대 남성 관객들이 보고 공감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가려진 시간'은 장르도, 캐릭터도 새로운 영화다. 강동원은 "새로운 영화일수록 더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캐릭터의 방향도 명확하게 잡고 촬영에 들어갔단다.

2002년생인 신은수와의 호흡은 단연 화제였다. 아역 배우와 로맨스 연기를 펼친 소감이 궁금해졌다. "로맨스보다는 그리운 친구를 만난 느낌으로 촬영했어요. 15년 전 감정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으니까요. 아역 배우라고 해서 그간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다른 점은 없었어요. 나이는 신경 쓰지 않거든요. 다만 세대 차이는 느꼈습니다. 공통 관심사가 없으니 대화 단절 상태였죠. 제가 무슨 농담을 해도 썰렁했어요. 아! 게임 얘기할 때는 서로 대화했어요. 허허."

신은수는 강동원을 선배님이라고 불렀단다. '오빠'보다 '선배님'이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강동원과 엄 감독은 1981년생 동갑내기다. 엄 감독은 단편 '숲'과 독립 장편 '잉투기'로 주목받은 신인 감독이다. 강동원은 "감독이 신인이라 내가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회차가 넘어갈 때는 우리끼리 말을 맞추면서 더 찍기도 했다"고 웃었다.

영화 '가려진 시간'에 출연한 강동원은 "내 가장 순수한 시절은 고등학교 2학년 때"라며 "삶의 뿌리가 된 시기"라고 전했다.ⓒ(주)쇼박스

판타지 로맨스를 소화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는 "그간 액션 영화를 많이 찍어서인지 이번 영화는 덜 힘들었다"며 "멈춘 시간을 야외에서 찍을 때가 조금은 힘들었다"고 했다. "모든 게 멈춘 상태인데 바람이라도 불면 엔지가 나서 촬영 기간이 늘어났어요. 세트장을 만들어서 찍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은 아쉽죠."

앞서 시사회에서 강동원은 '가려진 시간'에 대해 "인간의 믿음과 순수함을 그린 영화"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단 하나뿐인 친구를 위해 희생한 소년이 이야기를 다룬 착한 작품"이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결말에 대해선 "여러 버전으로 찍었는데 지금 결말이 마음에 든다"며 "'가려진 시간'은 엔딩을 위해 감정을 쌓아가고, 달려간 작품"이라고 했다.

만약 시간이 멈춘다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하루, 이틀은 괜찮을 듯하다"며 "어렸을 때 친구들은 '목욕탕을 훔쳐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정작 나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어렸을 때는 공부하는 게 싫어서 마냥 놀고 싶어 했고, 만화책을 워낙 좋아해서 만화책만 봤다"고 했다.

'가려진 시간'이 담은 메시지는 믿음이다. 판타지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온 어른 성민을 '아이 성민'이라고 믿어주는 사람은 수린뿐이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강동원은 믿을 수 있을까.

배우 강동원은 영화 '가려진 시간'을 통해 아역 배우 신은수와 호흡했다.ⓒ(주)쇼박스

잠시 고민한 그는 "일단 아이 부모한테 전화할 것 같다"고 했다. "전 현실적인 이상론자예요. 뜬구름 잡는 스타일도 아니고, 이상을 현실적으로 실천해가는 스타일이랄까요? 목표가 있으면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서 쥐도 새도 모르게 차근차근 실천하는 편입니다. 무엇을 바꾸고 싶어도 그렇게 하고요. 급진파는 아닙니다. 물밑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너무 강하게 나가면 반감이 생깁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바뀐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도 있죠"라는 모호한 답이 돌아왔다.

영화제 얘기가 나오자 올해 부산영화제에 참석하려고 했다고 밝힌 그는 "시간이 나면 가려고 했는데 해외 일정이 생겨서 못 갔다"면서 "예전에 안 좋은 감정이 있어도 힘들 때는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제작보고회 때 가장 순수한 시절을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꼽았다. 사회라는 벽을 처음 느껴 나 자신, 주변 상황과 싸웠단다. 남들은 '반항'이라고 했지만 배우는 '반항'이 아니라 '옳음'이라고 강조했다. 곧은 심지가 드러나는 답변이 이어졌다.

"마냥 어릴 때는 선생님 얘기가 맞다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에 들어서니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를 혼낼 때도 이유를 몰랐어요. 고민도 많았고, 힘든 시기였죠. 해선 안 되는 행동의 기준이 생기면서 나는 '옳다'고 느끼는 게 짓밟히는 걸 봤습니다. 처음으로 사회와 맞서 싸우려고 했고, 선생님이 하는 게 틀렸다고 반항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제가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러면서 그는 인생의 뿌리를 '고등학교 시절'이라고 했다. '내 과거는 어땠을까'라고 문득 생각해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절이 그때란다.

영화 '가려진 시간'에 출연한 강동원은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주)쇼박스

'검은 사제들'(540만)과 '검사외전'(980만)으로 쌍끌이 흥행을 이끈 그는 '가려진 시간' 홍보 이후 '마스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강동원 외에 이병헌, 김우빈 등이 출연한다.

소처럼 일하는 강동원은 "어쩌다 보니 작품이 연달아 개봉하게 됐다"며 "캐릭터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안 드는 편이다. 영감 받은 대로 쭉 하고, 캐릭터의 방향성이 빗나간 적 없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이 일이 너무 재밌다"고 미소 지었다. 순간 배우가 그의 천직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한 그는 운동 신경이 남다르다. 체력도 또래보다 좋다. 남들은 지치다고 헐떡일 때도 끄떡없단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코어 근육(속 근육)이 좋다"는 말이 나왔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재밌는 소식이 들려올 수도 있다고 배우는 말했다. "아시아, 미국 등 어디든 좋습니다. 제가 태국을 좋아하는데 태국이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하하. 필리핀도 흥미롭더라고요. 뭐가 문제겠어요? 시간만 된다면 진출해야죠. 길은 열려 있으니까요."

인도는 어떠냐고 묻자 "인도는 잘..."이라며 "인도 영화에서는 꼭 춤을 춰야 한다더라. 그리고 문화가 너무 달라서 망설여진다"고 토로해 웃음을 줬다.

하고 싶은 작품, 캐릭터에 대해선 "뚜렷하게 없다"면서 "좋은 감독님, 작품이 있으면 거기에 맞게 일하는 게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과 관련된 언론 보도 얘기를 하자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무슨 일이 생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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