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운 한국, 캐나다 잡고 취할 때 아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11.12 09:53  수정 2016.11.12 09:56

캐나다전 승리로 분위기 전환 효과는 분명

우즈벡과의 단두대 매치에 총력 기울여야

한국이 캐나다전 손쉬운 승리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 경우, 우즈벡전을 치를 때 독이 되어 돌아올 우려도 있다. ⓒ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캐나다(FIFA랭킹 110위)를 완파, 침체된 분위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천안종합운동장서 열린 캐나다와의 친선경기에서 김보경·이정협 연속골에 힘입어 2-0 승리했다.

슈틸리케호는 최종예선에 접어들며 답답한 경기력으로 우려를 낳았다. 무승부에 그친 시리아전, 패한 이란전은 물론 홈에서 가까스로 이긴 중국전과 카타르전도 만족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슈틸리케 감독의 연이은 설화와 팀 운영을 둘러싼 구설까지 겹쳐 팬들을 답답하게 했다.

한국-캐나다전은 그동안 슈틸리케호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손흥민·이청용·기성용 등 잔부상이 있는 주전급들이 우즈벡전을 대비해 빠진 상황에서도 1.5군에 가까운 전력으로 캐나다를 압도했다.

이정협은 이번에도 골을 터뜨리며 ‘자격 논란’을 어느 정도 일축했다. 2선을 책임진 남태희-김보경 역시 안정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며 대체요원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비에서는 장현수가 몸에 맞지 않던 풀백에서 벗어나 중앙에 서면서 안정감을 줬다. 약점으로 지목되던 풀백에서는 김창수, 윤석영, 박주호, 최철순 등 전문 풀백들이 뛰면서 이전 경기보다 측면 플레이가 살아났다. 후반 두세 차례 실점 위기가 있었지만, 오랜만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슈틸리케 감독도 결과에 만족을 표했다.

그동안 기대 이하의 경기력 때문에 기자회견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던 슈틸리케 감독은 “공수 양면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전반 30분까지는 거의 완벽했다”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되찾았다. 몇 차례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팀들도 위기는 어느 정도 마주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들이 자신감과 희망을 찾았다는 것은 분명한 소득이다. 캐나다전까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우즈벡전을 앞두고 상당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야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승리의 기쁨에 취할 때는 아니다. 진짜 중요한 우즈베키스탄과의 ‘단두대 매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캐나다전의 손쉬운 승리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 경우, 자칫 우즈벡전을 치를 때 독이 되어 돌아올 우려도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여전히 이란과 우즈벡에 밀려 A조 3위에 그치고 있는 불리한 상황이고, 한국이 다음 경기에서 승점3을 획득해야할 상대는 캐나다가 아니라 우즈벡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간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도 우즈벡전이 끝난 뒤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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