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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추천 비대위원장, 누가 되더라도 ''험로' 예상


입력 2016.11.25 01:18 수정 2016.11.25 01:18        문대현 기자

비주류 추천 인사, 주류 측이 비협조…'김희옥 비대위' 재현 가능성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명진 목사 등 유력 거론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나경원, 김재경, 장제원, 하태경, 오신환, 김세연 의원 등을 비롯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비상시국준비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이 '최순실 게이트'의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합의하면서 자연스레 관심은 비대위원장 선임에 쏠리게 됐다. 그러나 그로 인해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더 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더라도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거란 우려도 많다.

원유철(5선)·김재경·나경원·정우택·주호영·홍문종(이상 4선) 등 친박계와 비박계 대표 중진 의원 6명은 지난 23일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당 재건에 나설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후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인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은 비주류 추천 인사가 비대위원장 후보로 낙점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 등 친박계에서 호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인명진 목사, 조순형 전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집중 거론됐고 총 10명 정도 후보군을 놓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석자도 "김 전 의장과 인 목사의 이름이 가장 많이 오르내렸고 특히 김 전 의장이 비주류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인 목사의 경우 비주류 중진 의원 중 한 명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위기를 조속한 비대위 구성으로 헤쳐나가자는 큰 뜻에는 주류와 비주류 중진 쪽 모두 동의를 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 선임 문제를 두고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에도 협상에 험로가 예상된다. 당을 수렁으로 몰아 넣은 계파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양 계파에서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지만 비대위원장을 놓고 다시 계파 갈등이 우려되는 것으로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인 셈이다.

6개월 전으로 되돌아 간 새누리당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대 총선에서 참패를 맛 본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임기를 3개월 여 남겨두고 당을 떠났다. 당은 전당대회를 치르기에 앞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고 비대위원장 찾기에 나섰다. 당시 후보군에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많은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친박계와 비박계가 동시에 만족할 만한 인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당시 친박계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을 추천했지만 비박계와 의견이 엇갈려 쉽사리 결정을 내지 못 했다. 비대위에 몸을 실을 비대위원들 역시 계파별 안배 문제로 상당 시간 합의에 진통을 겪었다. 당 지도부가 공석이었는데도 비대위 구성은 쉽사리 되지 못 했고 결국 친박과 비박 양 계파를 대표하는 최경환 의원과 김 전 대표가 정 원내대표와 3자 회동을 하고 나서야 최종 결정이 될 수 있었다.

현재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가시적인 계파 갈등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주류와 비주류가 모두 자신들의 추천 인사를 고집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새누리당의 전례에 비춰 볼 때 이렇게 되면 아무 탈 없이 비대위가 꾸려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비대위원장에 겨우 합의를 하더라도 비대위원 구성을 놓고도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당의 존폐위기마저 거론되는 등 6개월 전보다 훨씬 상황이 악화됐다.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오래도록 몸 담은 당을 스스로 떠났다. 김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당을 둘러싼 모든 상황은 최악으로 변했지만 '계파 갈등' 단 하나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진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왼쪽부터)과 신경식 헌정회 회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6월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을 참관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개원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허수아비 비대위원장 될 우려 무시 못 해

두 진영 간 갈등이 잘 봉합돼 비대위가 꾸려진다 해도 비대위원장이 제 역할을 얼마만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비주류의 임시 지도부격인 비상시국회의는 전날(23일) '이정현 지도부'의 즉각 퇴진을 재차 촉구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시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박계가 끼어 있는 중진 6인 협의체에서 나온 결과물을 당내 비주류가 온전히 수용할지 미지수다.

이미 새누리당은 김희옥 위원장을 통해 비대위원장의 영이 서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비대위 출범 이후 김 위원장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 결과에 불복, 탈당한 의원들의 복당 문제를 다루다 일부 원내 비대위원들의 강한 태도에 당무를 보이콧했다. 그는 사흘 만에 당무에 복귀하며 당시 권성동 사무총장의 교체 카드를 집었으나 권 총장이 반발하며 당의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당의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해야 할 비대위원장이 오히려 지도부 내 다툼에 휘말려 제대로 힘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허수아비'가 된 순간이었다. 의원들은 계파 갈등에서 자유롭다는 이유로 원외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혔으나 오히려 현실 정치 감각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일각에서는 원내 인사들이 비대위원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 다시 비대위가 꾸려진다 하더라도 비대위원장이 온전히 제 몫을 다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는 시선이 상당량 존재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4일 '데일리안'에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는 것이 당 혁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혁신을 해야할 주체는 계파 갈등에 가담하고 있는 원내 인사들 아닌가. 비주류가 원하는 비대위원장이 세워진다면 주류 쪽에서 협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와 인명진 목사의 경우 각각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라는 칭호가 붙은 적이 있다. 만약 이들 중 누가 되더라도 비대위가 아무 잡음 없이 순탄히 당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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