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의 전설’ 김응용(75) 전 감독이 통합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경기인 출신인 김 감독이 단체장 자리를 두고 선거에 출마한 것은 처음이다. 김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야구계의 거물이다. 해태와 삼성, 한화 사령탑을 두루 거치며 전대미문의 한국시리즈 역대 최다인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프런트로 이동해 삼성 라이온스 사장으로 부임하며 경기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사장직까지 승진하는 기록을 남겼다. 김응용 사장 시절의 삼성은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차지했으며 세대교체를 통해 2010년대 장기집권의 초석까지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현장과 프런트에서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남았다.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거친 후 지난해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지도자 은퇴식을 치렀다. 이제는 야구계의 원로로서 추앙받으며 마음 편하게 노후를 즐기는 일만 남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번 야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통해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이 처음부터 원했던 자리는 아니었다. 많은 야구인들이 김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출마를 권유했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3월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으며 제 기능을 상실했다.전임 회장의 재임 기간에 벌어진 기금 전용 사건과 각종 비리 때문이다.
대한야구협회와 대한소프트볼협회, 전국야구연합회 등 세 단체의 통합도 예정보다 2개월이나 늦은 오는 11월 30일에 회장 선거를 치르게 된 이유다.
김 감독을 지지하는 야구인들은 분열된 야구계의 화해와 통합을 위한 구심점으로 김 감독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감독과 사장을 거치며 현장과 행정 경험을 두루 거친 풍부한 관록은 김 감독에 견줄만한 이가 없다. 지난 10년간 정치인 출신 회장들의 무능과 분열에 대한 불신도 김 감독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진 이유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미 야구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명예롭게 은퇴한 인물이 굳이 복잡한 현안들이 넘쳐나는 야구 협회 운영에 뛰어드는 것에 걱정 어린 시각도 많다.
이미 70대 중반에 접어든 고령의 나이로 꼼꼼한 직무수행이 가능하겠다는 우려도 마이너스 요소다. 가장 중요한 협회 재정 문제를 해결할 예산 확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다.
김응용 감독 측의 방안은 통합단체 연간 운영비와 시도 협회 연맹체 및 야구발전지원기금 등을 정부지원, 기업협찬 및 야구계, 한국야구위원회(KBO) 지원 등으로 책임지고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풍부한 야구계 인맥을 자랑하는 김 감독은 KBO와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필요하면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재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김응용 감독의 의지다.
김응용 감독의 최대 경쟁자는 국회의원 출신 기호 1번 이계안 후보다. 현대자동차 사장과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문 경영인-정치인 출신으로 대한야구협회 감사로 일한 바 있어 야구계와 인연이 있다.
물론 야구계 인맥이나 영향력만 놓고 보면 김응용 후보에 못 미치지만, 대신 정재계에 더 넓은 인맥을 갖추고 있다. 정치인 출신 외부인사에 대한 야구계 내부의 거부감과 불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감독이 선거에서 승리해 야구계를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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