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차우찬의 원 소속팀 삼성은 5일, FA 투수 우규민과 4년간 총 65억 원(계약금 37억 원+연봉 7억 원)에 계약했다.
섭섭지 않은 대우와 하필이면 행선지가 삼성이라는 점은 향후 FA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가 되기에 충분하다.
우규민은 지난 2013년 군 제대 후 선발로 변신하며 리그 최상급 잠수함 투수로 거듭났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고, 같은 기간 가장 적은 소화 이닝이 147.1이닝을 정도로 꾸준함도 뒷받침됐다.
하지만 우규민이 FA 대박을 이룰 것이라 평가한 이들은 드물었다. 심상치 않은 몸 상태 때문이었다.
실제로 우규민은 올 시즌 내내 허리 부상으로 고전했다. 28경기(24선발)에 나와 6승 11패 평균자책점 4.91로 부진했고, 조기 강판되거나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잦았다. FA 자격을 얻기 직전 찾아온 슬럼프라 더욱 안타까웠다.
뚜렷한 약점이 있었음에도 삼성은 통 큰 투자에 나섰다. 사실 우규민을 향해 적지 않은 구단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허리 문제로 인해 거액을 베팅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은 투수 FA 역대 공동 6위에 해당하는 65억 원으로 우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규민은 삼성행으로 차우찬 역시 덩달아 몸값이 뛰고 있다. 좌완 투수로 선발부터 중간, 마무리까지 가능한 차우찬은 분명 쓰임새가 많은 선수다.
그러나 그를 A급 FA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차우찬은 이른 바 ‘특급 시즌’을 맞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 타이틀 역시 지난해 탈삼진왕이 데뷔 10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현재 차우찬은 미국과 일본서 동시에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았고, 선수 본인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아주 좋은 조건을 제의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국내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좌완 선발의 중요성은 2년 전 롯데서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의 대박으로도 잘 나타난다. 특히 차우찬을 잡기 위해 KBO리그의 대표적인 큰 손, 삼성과 LG가 동시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몸값이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은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됐지만, 김한수 신임 감독의 요청에 따라 외부 FA 2명을 보강시켜줬다. 여기에 차우찬의 잔류까지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어, 삼성 프런트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 역시 상황이 급하다. LG는 이번 겨울 별다른 보강없이 프랜차이즈 스타인 우규민을 잃고 말았다. 무엇보다 올 시즌 리빌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보다 높은 곳을 향해 가기 위해서는 믿음직한 선발 투수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LG는 공개적으로 차우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다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논리다. 과연 차우찬은 본인도 상상할 수 없었던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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