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근 "김하늘 유인영과 베드신, 걱정 안 했죠"
'여교사'서 고교생 재하 역 맡아 열연
"복덩이 같은 작품, 편견 없이 봐주길"
'여교사'서 고교생 재하 역 맡아 열연
"복덩이 같은 작품, 편견 없이 봐주길"
"선생님, 저한테 뭘 바라고 베푸신 거 아니죠?"
맑은 눈동자의 한 남학생이 여교사에게 당돌하게 묻는다. 어리고 앳된 인물 뒤로 영악함이 숨겨져 있다.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1월 4일 개봉) 속 재하는 욕망에 가득 찬 나머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다. 재하는 선과 악이 공존한 배우 이원근(25)을 만나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날아올랐다.
영화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와 정교사 혜영(유인영), 그리고 남학생 재하(이원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교사와 학생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다뤘다는 점에서 2017년 문제작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두 여자 사이에서 줄타기한 이원근을 2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185cm의 큰 키에 작은 얼굴로 완벽한 9등신 몸매를 자랑하는 이원근은 모델 출신이다.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해 '일말의 순정'(2013), '소년병'(2013), JTBC '12년만의 재회: 달래 된, 장국'(2014), '발칙하게 고고'(2015), '굿와이프'(2016), '그물'(2016) 등에 출연했다.
해맑은 소년과 성숙한 청년 사이를 오가는 묘한 매력이 이원근의 강점. 스크린 데뷔작 '여교사'는 지난해 9월 촬영을 마친 후 1년 반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는 "감회가 새롭다"며 "영화를 보기 전에는 솔직히 두렵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어쨌든 '여교사'는 내게 영광스러운 순간이자 작품"이라고 활짝 웃었다.
스스로를 낯가리는 사람이라고 밝힌 그는 자기 소개와 맞지 않게 취재진과 수다를 떨며 편안하게 얘기했다.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인 '여교사'는 교사와 학생의 성관계 묘사 장면 등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김 감독은 "영화는 영화로 봐주셨으면 한다. 부적절한 관계 말고도 계급 문제, 열등감 등을 다뤘다. 관객들이 심리적으로 공감하는 게 더 클 듯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배우의 생각이 궁금했다. "조금은 민감할 수 있지만 영화의 초점은 부적절한 관계에 맞춰져 있지 않아요. 질투심과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간의 끝을 다룬 게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20대 중반 청년인 이원근은 그간 교복 입은 학생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환하게 웃은 그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은 없다"며 "나이가 들면 교복을 입지 못하는 시기가 있는데도 교복을 입은 캐릭터 섭외가 와서 기분 좋다. 교복과 잘 어울린다는 이미지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하는 영악한 아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로 효주와 혜영을 오가며 아슬아슬한 묘미를 더한다. 이원근은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오디션 당시 김 감독은 이원근에게 '영악함'과 '소년다움'이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원근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원근에게 재하는 큰 숙제였다. 고등학생 연기가 어려울뿐더러 속을 알 수 없게 적당히 표현해야만 했다. '확' 분출하지 않고 터질 듯, 안 터질 듯한 감정을 드러내야만 했던 것. "모든 장면이 힘들었는데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연기했어요. 미소를 지을 때도 묘한 느낌을 줘야 했습니다. 제가 지닌 특유의 미소년 같은 웃음이 다르게 쓰이길 원하셨거든요. 표현력이 조금은 아쉬웠는데 제 부족한 점도 알게 됐고 많은 걸 공부했습니다."
재하는 약혼녀가 있는 선생님 혜영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사랑을 나눈다. 배우가 해석한 재하는 아빠와 단둘이 사는 외로운 아이로 엄마에 대한 사랑이 그리운 아이. 그런 재하가 혜영에게 느끼는 감정은 엄마에게 느끼는 사랑이라고.
"감독님께서 재하가 엄마를 대할 때처럼 혜영을 상대하라고 했어요. 재하는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혼자 성장한 아이예요. 처음으로 사랑을 일깨워 준 사람이 혜영이고 그녀를 통해 엄마의 사랑을 느껴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엄마를 잃었을 때를 상상하며 미친 듯이 울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체육관에서 효주에게 영악한 본 모습을 드러낸 장면을 꼽았다. 재하는 담임 교사인 효주가 자기 손바닥 안에 있다고 확신하며 잔인하게 얘기한다. 재하의 말을 들은 효주는 비참해한 듯 눈물을 쏟는다. 재하의 영악함이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재하는 혜영의 꼭두각시예요. 사랑을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이입니다. 혜영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효주에게 죄책감 없이 다가갔지요. '뭘 바라고 베푸신 건 아니죠?'라는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었죠."
고교생의 말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성인 멜로' 분위기를 꺼렸다. 불안정한 대사, 말투 등은 일부러 수정하지 않았다. 아이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마지막에 재하가 욕을 하는 장면도 일부러 뺐다. 감정이 폭발했다는 이유에서다. "괴로워할 때도 감정을 너무 세게 표현하지 말라고 하셨죠. 감정의 50%만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무용특기생 캐릭터를 위해 하루 12시간씩 한 달 넘게 발레를 연습했다. 그는 "여유가 있었으면 더 보여줄 수 있었는데 아쉽다"며 "처음 경험해보는 발레가 너무 힘들었다. 날 가르치느라 모든 여가를 포기한 발레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미소 지었다.
이원근은 김하늘, 유인영 두 선배와 베드신을 소화했다. 베드신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때는 걱정 없었는데 현장에 가니 다들 걱정했다"며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촬영했다"고 했다.
영화는 어두웠지만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처음으로 밥차를 경험했다고 배우는 해맑게 웃었다. "제가 낯을 가려서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해요. 이번 영화에선 김하늘, 유인영 선배가 제게 먼저 다가와 주셨죠(웃음)."
김하늘에 대해선 "'여교사'는 특히 깨끗하고 순한 이미지인 하늘 선배의 어두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하늘 선배가 맡은 효주의 섬세하고 서늘한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원근하면 떠오르는 게 반달 눈웃음이다. 시트콤 '일말의 순정'에서 귀여운 눈웃음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그는 "그때 해맑은 미소를 기억하는 분들이 '여교사' 속 재하를 보고 '이원근의 미소가 저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하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첫 영화로 '여교사'를 선택한 이원근은 이후 좋은 작품을 여럿 만났다. 영화 '그물', '그대 이름은 장미', '환절기', '괴물들' 등이 그렇다. 배우는 '여교사'를 '복덩이'라고 정의했다. 이 좋은 작품들을 만나게 해줬기 때문이란다.
마지막으로 2017년 새해 인사를 부탁했다. "저와 소속사가 승승장구했으면 합니다. 칭찬가 쓴소리 다 좋아하는데 '이원근 변했네' 이런 얘기 듣지 않도록 열심히 할 거예요. 늘 변함 없고 성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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