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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반기문 "제 애국심, 각종 음해로 실종돼"…돌연 불출마 선언


입력 2017.02.01 16:04 수정 2017.02.01 16:13        고수정 기자

"정치 결사체 이루고 국가통합 하려한 순수한 뜻 접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 간의 짧은 시간이었다”며 “애국심과 포부가 인격 살해와 가까운 음해, 정치 교체 연구는 실종되면서 오히려 제 개인과 가족, 제가 10년을 공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큰 누를 끼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주도해 정치 결사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1월 12일 귀국한 이후 여러 지방 도시들을 방문하여 다양한 계층들의 국민들을 만나고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 또한 종교 사회 학계 및 정치 분야 지도자들을 여럿 만나 얘기도 들었다.

그동안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은 우리 나라가 정치 안보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 있어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오랫동안 잘못된 정치로 인해 쌓여온 적폐를 더 이상 방치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는 심정들을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한 국가 리더십 위기가 겹쳤다.

특히 민생과 안보의 위기, 난국 앞에서 정치지도자들은 국민들이 믿고 맡긴 의무는 저버린 채 목전의 좁은 이해관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개탄과 좌절감을 표명했다. 제가 10년간 나라밖에서 느껴왔던 우려가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세계를 돌며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 그들의 지도자를 본 저로선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데에 미력이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에서 정치에 투신할 것을 심각히 고려해왔다. 그리하여 갈갈이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린 거였다. 그것이 제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제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모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서 정치 교체의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쳤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도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거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이런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 저도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제가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심경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바란다.

오늘의 결정으로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 그리고 저를 도와 가까이서 함께 일해온 많은 분들 실망시켜 드리게 된 점 깊은 사죄의 말씀 드린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

그러나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 태도를 버려야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우리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지난 10년간에 걸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헌신하겠다. 국민 여러분의 가정에 부디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원한다. 감사하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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