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트렌드' 적중시킨 김재철 회장의 메가 히트작
[브랜드 100세 시대⑪]동원F&B-동원참치
연간 3500억원 매출, 누적판매량 50억캔 신화 써
1980년대부터 고급화 전략, 장수제품으로 이어져
연간 3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 1982년 첫 선보인 후 35년간 정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동원참치는 지난 2014년 6월 말, 업계 최초로 누적판매량 50억 캔을 넘어섰다. 50억 캔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약 10바퀴 반 돌 수 있는 거리며, 수직으로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 산의 약 20배 높이다.
참치업의 산증인 김재철 동원그룹 창업회장은 1958년 부산수산대 어로학과를 졸업했다. 23세의 나이로 한국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실습 항해사로 참치 잡이를 시작한 김 회장은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서울 중구 명동에 직원 3명과 모기업인 '동원산업'을 세웠다. 2000년 11월 동원산업의 식품사업본부를 분할해 지금의 '동원F&B'로 자리 잡았다.
1982년 이전까지만 해도 동원산업은 원어(原魚) 형태로 해외에 수출해 오던 참치를 가공해 통조림으로 국내시장에 선보였다. 동원산업은 1차 산업인 원양어업에서 2차 가공산업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당시 참치 캔은 일인당 국민소득 2000 달러 이하인 나라에서는 팔리지 않는 선진국 식품이었다. 미국에서는 생선 캔이라고 하면, 튜나 캔(Tuna Can)을 떠올릴 만큼 참치 캔이 보편화됐으나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꽁치 캔 정도에 불과했다.
김 회장은 참치 캔이 1인당 국민소득 2000 달러 이상인 국가에서 주로 팔리는 것을 고려해 1981년부터 제품화에 들어갔다. 그해 국민소득이 1800 달러를 넘어섰고, 2000 달러 시대가 열리면 참치 캔의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
선진국의 식생활 패턴을 분석한 김 회장은 제품개발 계획을 세우고 참치 캔을 내놓기로 결정했고, 1981년 12월 마침내 동원참치가 태어났다.
당시 동원산업은 참치가 고급 어류인 점에 착안해 1차 타깃을 중, 상류층으로 잡고 참치캔을 '고급식품', '선진국형 식품'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참치 캔(1개) 가격은 약 1000 원으로 국민 소득에 견줘 참치 원어 가격이 높아 고급식품으로 불렸다.
소비자에게 고급식품의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광고에 헬리콥터와 참치선망선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동원산업은 국민들이 닭고기보다는 쇠고기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참치의 이미지를 좀 더 고급스럽게 쇠고기화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동원참치 살코기캔'으로 제품 브랜드를 바꾸고, 거대한 참치가 바닷물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그림을 포장용기에 담았다.
김 회장을 비롯한 모든 동원산업 임직원은 평일에 전국 매장을 돌며 제품 진열 및 1일 판매 사원으로 나섰다. 주말이나 공휴일엔 유원지나 기차역 주변, 등산로 입구, 야구장 등에서 행락객을 중심으로 동원참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 시식행사 등을 벌였다.
동원참치가 서서히 알려지던 1983년 중반, 동아제분과 해태 등이 잇따라 참치 캔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원산업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제품력을 높이며 '가장 훌륭한 광고는 바로 제품 그 자체'라는 점에 집중했다. 참치 캔 시장 쟁탈전은 2년여 만에 동원참치가 이기며 끝났다.
동원그룹 계열 동원F&B는 대한민국이 88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개최 등을 거치며 고성장을 거듭하자, 다양한 맛의 편의식품인 '가미참치캔'을 개발해 선보였다.
2000년대 당시 소비자들에게 참치는 편의식품이라는 이미지와 캔이라는 선입관이 강했다. 동원F&B는 참치는 고단백 저지방 수산물로 칼슘, DHA, EPA, 단백질, 오메가6, 비타민 등 인체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들어있는 '건강식품'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동원F&B는 2000년 이후 '바다에서 온 건강'이라는 주제로 참치의 건강성과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제품임을 알렸다. 그 결과,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참치의 '제2 전성기'를 만들어내며 정체를 겪고 있던 연간 매출액이 2011년 3000억 원을 넘어섰다.
동원F&B는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주부 모니터링 등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를 벌이며 참치 캔의 제품혁신에 힘을 쏟았다.
2014년 미세먼지, 메르스사태 등이 터지자 참치에 건강 성분을 더한 '건강한 참치' 3종(셀레늄엽산, 오메가369, 저나트륨)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1인가구를 위해 편의점과 손잡고 참치 활용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았다.
동원그룹은 세계적 참치회사로 발돋움했다. 지난 2008년 10월 세계 최대 참치브랜드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 달러에 인수하고, 2011년 11월에는 세네갈 국영기업 SNCDS를 인수해 아프리카 참치 캔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13년엔 중국 광명그룹과 손잡고 상해 내 100여개 대형마트 등에서 중화풍 참치 캔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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