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tage] '괴물이 되라' 강요하는 사회 '베헤모스'
재벌 아들의 살인사건, 검사-변호사 대결
"현실 넘어서긴 어렵다" 시국 비판 메시지
"단점이라면 현실에 일어나고 있는 일과 비교했을 때 괴물 같은 캐릭터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죠."
김태형 연출이 10일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현실, 뉴스 속 인물들이 훨씬 더 괴물 같고 끔찍하고 이기적이고 자기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같이 말했다.
'베헤모스'는 지난 2014년 방영된 KBS 드라마 스페셜 '괴물'(대본 박필주, 연출 김종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은 날카로운 시각으로 들춰낸다.
드라마는 방영 당시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2015년 제 49회 휴스턴 국제영화제TV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베헤모스'는 그 뿌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작품답게 잠시도 눈 돌릴 틈 없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110분을 촘촘하게 채웠다.
특히 정의로운 검사와 부패한 변호사가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파워게임,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압권이다.
대학로에서 가장 '핫한' 연극 연출가로 손꼽히는 김태형 연출이 2017년 첫 작품으로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김태형 연출은 이 작품이 현 시국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 드라마는 2014년 방영됐고, 작품은 그보다 더 이전에 완성됐을 것"이라며 "당시를 기점으로 사회 고발, 정의 구현, 고위층 비판, 재벌 혹은 법조인 비리, 비판을 오락물로 만드는 영화가 많이 나왔다. 그러면서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공연 개막을 앞두고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로 덕을 본 측면이 있다는 게 김태형 연출의 생각이다. 김태형 연출은 "최근 이런 시국들로 인해 검사와 변호사, 각종 법률용어 등이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익숙해졌다. 그래서 사건의 정황 등을 이해하기 용이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연극 속 인물들이 따라갈 수 없는 현실 속 '괴물'들의 모습은 부담이다. 김태형 연출이 원작 드라마와 달리 열린 결말로 끝내지 않은 이유다.
김태형 연출은 "공연을 만들면서 느끼게 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인상을 공연에 녹여냈다"면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남게 되는 건 피해자뿐이다. 피해자로서 아픔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 세상을 바라보는 내 자신의 세계관이 비관적이고 씁쓸하고 닫혀 있고 아프다"고 강조했다.
한번 맡은 사건은 끝까지 파헤치고, 윗사람 눈치는 보지도 않는 정의감 넘치는 열혈검사 오검 역에는 정원조와 김도현,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이변 역에는 최대훈과 김찬호가 캐스팅됐다.
정원조는 "오검은 검찰이란 조직 안에서 자기 신념을 지키려 했기 때문에 청개구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오검은 '괴물' 이변과 승부에 집착하다 '괴물'로 변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괴감에 빠진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메시지가 가장 잘 담겨 잇는 캐릭터다.
정원조는 "큰 조직에서 신념을 지키고 살았지만, 개인적인 질투심이나 욕구 때문에 변화를 겪는다. 이변을 잡고 싶은 욕망이 너무 컷을 것"이라고 캐릭터의 변화를 설명했다.
김도현은 "(오검은) 대한민국 검사를 상징하기보다 특수한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며 "청문회에서 보는 안경을 쓰고 단정한 복장의 검사들 말고 좀 더 활동적이고 직설적이고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는 검사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연기의 주안점을 전했다.
이밖에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사고뭉치 재벌 아들 태석 역에 문성일과 이창엽을 비롯해 권동호, 김히어라 등이 출연한다. '베헤모스'는 내년 2월 1일부터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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