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은 26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14승 7무 5패(승점 49)를 기록, 리그 5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 잘나갔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역대급 추락이라 할 수 있다.
리그 1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던 리버풀은 박싱데이를 3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우승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1월 들어 거짓말 같은 추락이 시작됐다. 리버풀은 1월을 1승 2무 2패로 시작했고, 같은 기간 FA컵과 리그컵에서 탈락하는 부진이 이어졌다. 2월에는 선두 첼시와 1-1로 비기며 출발했지만 이내 실망스러운 경기력이 이어지며 1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두 달간 7경기서 승점 9(2승 3무 4패) 확보에 그친 리버풀은 순위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선두 첼시와는 승점 14 차이로 벌어져 우승이 사실상 물거품됐고, 오히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큰 차이를 보였던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한 경기 덜 치른 채 승점 1 차로 압박하고 있다.
리버풀의 1부 리그 마지막 우승은 1989-90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에는 단 한 번도 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28년째 무관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리버풀은 풋볼리그 챔피언십 시절만 해도 압도적인 우승 횟수를 자랑했다. 잉글랜드 클럽 중 가장 많은 18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아스날(10회)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7회)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지난 27년간 맨유는 무려 13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아스날도 세 번의 EPL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리버풀은 그저 남의 집 잔치를 구경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은 것도 아니었다. 무차별적인 영입은 아니었지만 적재적소에 선수들이 보강됐고, 2010년대 들어 미국 자본을 받아들이며 재정적으로 풍족함을 이뤘다. 리버풀은 1992년 이후 FA컵 2회, 리그컵 4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유로파리그 1회 등 8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리그 우승이 없다면 모든 것이 소용 없어 보이는 리버풀이다.
리그를 압도했던 빌 샹클리, 밥 페이즐리와 달리 EPL 출범 후 리버풀 지휘봉을 잡는 감독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매 시즌 고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EPL 출범 후 리버풀 감독. ⓒ 데일리안 스포츠
실제로 1992년 이후 팀을 맡았던 8명의 감독들 중 최고 승률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이끌었던 라파엘 베니테즈다. 베니테즈는 가장 많은 350경기를 지휘했는데 197승 74무 79패(승률 56.3%)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우승을 각각 1회씩 차지했다.
문제는 이후다. 베니테즈가 물러나고 4명의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데 승률 50%가 넘은 감독은 브렌던 로저스(51.2%)가 유일하며 이 기간 수집한 트로피도 리그컵 하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위르겐 클롭은 EPL 살인일정에 감독 본인이 먼저 꺾이는 모습이다. EPL은 겨울 휴식기가 있고 리그 경기 수가 적은 분데스리가에 비해 일정일 훨씬 빡빡하다. 그럼에도 클롭 감독은 시즌 초부터 로테이션에 소극적인 모습이었고, 결국 후반기로 넘어오며 선수들의 체력 저하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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