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이 이영애를 꺾을 줄이야
KBS2 수목극 '김과장' 인기 견인
능청스럽고 탄탄한 연기력 일품
KBS2 수목극 '김과장' 인기 견인
능청스럽고 탄탄한 연기력 일품
'궁민 사이다'(남궁민+사이다) 열풍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KBS2 수목극 '김과장'이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를 꺾고 승기를 굳혔다. 방송 전 '김과장'은 이영애의 복귀작인 '사임당'에 밀려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0억 대작, 100% 사전 제작 드라마, 한류스타 이영애 등을 내세운 '사임당'은 2017년 최고 기대작이었다.
하지만 '김과장'은 아니었다. 이영애, 송승헌과 같은 한류스타도 없었고 장르도 평범한 오피스 드라마였다. 걱정을 안고 미약하게 출발한 '김과장'은 방송 4회 만에 '사임당'을 제치더니 이젠 시청률 20%(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넘보고 있다. 짜릿한 대역전극이다.
드라마의 중심에는 김과장으로 분한 남궁민이 있다. 남궁민은 극 중 세계 최고 청렴 국가 덴마크로의 이민을 꿈꾸는 김성룡 과장 역을 맡았다. 김과장은 온갖 비리를 동원해 불법 자금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일부를 자기의 몫으로 빼돌리는 일명 '삥땅'으로 유명하다.
'흙수저'인 그는 군산에서 삥땅을 하다 국내 최대 유통 대기업인 TQ그룹의 본사 경력직 경리과장으로 입사한다. 크게 삥땅해 덴마크 이민 자금 1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회사 일엔 관심 없고, 오로지 '삥땅'에만 눈을 돌리던 찰나, 우연히 위험에 빠진 전임 경리과장의 부인을 구하면서 '의인'으로 불리게 된다. 이후 회사 부조리를 앞장서서 타파하면서 진정한 의인이 된다.
직장인의 애환과 판타지를 적절히 버무린 이 드라마에서 단연 빛나는 건 남궁민이다. 남궁민은 '불합리'를 참지 못하고, 어디서든 기죽지 않으며,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김과장을 맛깔스러운 연기력으로 표현한다.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를 살리는 원천은 남궁민에게서 나온다. 천연덕스럽게 상사에게 대들고, 좌절하지 않고, 비겁하게 숨지 않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은 대리만족한다. 매회 다채롭게 변하는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다. 현실에 없을 법한 김과장은 남궁민을 만나 생생하게 날아올랐다. 전작 '미녀 공심이'보다 한 단계 도약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덤이다.
애초 남궁민은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고 한다. 여러 배우가 고사한 끝에 남궁민이 김과장이 됐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남궁민은 "작년에 다섯 캐릭터를 소화해서 이번 작품에 들어갈 때 고민했다. 전작과 비슷한 코미디 장르라서 더 고민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전작과 다른 점은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드라마가 탄생할 거라는 자신이 있다"고 전했다. 남궁민의 노력과 자신감은 브라운관을 통해 오롯이 전달된다.
그가 웃으면 덩달아 웃게 되고, 그가 뱉은 말은 속이 뻥 뚫리는 듯 상쾌하다. 답답한 요즘, 제대로 힐링이다.
남궁민은 배우의 기본 자질인 목소리, 발성, 발음이 탁월하다. 대사 전달력이 좋은 이유다. 기본적인 자질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한 계단씩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연기력을 다졌다.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데뷔한 그는 올해 19년 차 배우다. 데뷔 당시 곱상한 외모로 '리틀 배용준'으로 불린 그는 영화 '비열한 거리'(2006), '내 마음이 들리니'(2011),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2014), '마이 시크릿 호텔'(2014) 등에 출연했다. 연기는 잘했지만 '빵' 터지지 않아 아쉬워하던 찰나 '냄새를 보는 소녀'(2015) 속 섬뜩한 악역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이후 '리멤버 - 아들의 전쟁'(2016)에서 절대 악인 남규만으로 분해 소름 끼치는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이후 나온 '미녀 공심이'(2016)에선 역대급 악역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싶을 정도로 전작과 180도 다른 풋풋한 로맨스 연기를 뽐냈다. 코믹할 땐 코믹하지만 진지할 땐 또 진지하다. 어떤 장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다채로운 얼굴을 지닌 게 남궁민의 힘이다.
역대급 악역, 로맨틱 가이, 진지한 남자, 가벼운 캐릭터 모두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한다. 최근 타율도 좋다. '리멤버'를 시작으로 '미녀공심이', '김과장'까지 안타를 넘어 홈런을 쳤다. '김과장'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난 그는 데뷔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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