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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경선 '흥행 성공'에 가린 '분열 조짐'


입력 2017.04.03 16:27 수정 2017.04.03 16:35        전형민 기자

'안철수는 샌님', '손학규는 철새'

깊어지는 지지자들간 갈등의 골

손학규(왼쪽부터), 박주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경선후보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서울·인천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안철수는 샌님', '손학규는 철새'
깊어지는 지지자들간 갈등의 골


2일 서울·인천 지역 국민의당 지역 순회 경선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압승을 거둠에 따라 안 후보는 사실상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본선행에 앞서 경선으로 생긴 당내 분열을 포용할 '화합과 치유의 시간'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간 깊게 파인 갈등의 골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일 서울·인천 지역 거점투표소이자 합동연설회가 펼쳐진 서울 장충체육관 주변에서는 도를 넘은 지지자들 간의 공방이나 감정싸움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장충체육관 맞은편 장충단공원 벤치에 앉아 대화하던 60대 투표참가자 두 명은 '안철수는 샌님이다. 뭘 제대로 아느냐', '손학규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만 한다'는 요지의 욕설이 섞인 거친 언쟁을 주고 받았다. '박주선 후보는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서로 박 후보 때문에 지지후보의 표를 뺏겼다며 '왜 공연히 나서서 표를 뺏어가냐'고 답했다.

장충체육관내 한 화장실에서는 합동연설회 후 투표참가자들간 멱살잡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감정이 격해진 것이다. 주변에서 재빨리 뜯어말려 큰 사고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지지자들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방증이다.

손학규 국민의당 대선 경선후보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서울·인천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상대 후보 연설에 팔짱 끼고 냉소로 일관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도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이날 연단에서 바라보는 것을 기준으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우측에, 손학규 후보 지지자들은 좌측에 밀집했다. 철저하게 서로 갈라 앉은 두 집단은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연설에는 박수와 이름 연호를, 상대방 후보의 연설에는 철저한 침묵을 보였다.

상대방을 도발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손학규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손 후보 지지자들이 밀집한 연단 기준 좌측에 안철수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타나 '손학규'라는 연호에 맞춰 '안철수'를 외쳤다. 곧 손 후보 지지자 측은 소란스러워졌고 이 사람은 현장 진행요원의 손에 이끌려 나갔다. 그는 한 번 끌려나간 뒤에도 다른 출입문을 통해 나타나 똑같이 외치다가 다시 끌려나가기도 했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 아주머니는 이 때문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자석 뒷쪽 플로어(내빈석)에 서서 합동연설회를 지켜본 지지자들도 특정 후보의 연설에 팔짱을 낀 채 침묵과 냉소로 일관했다. 내빈석에서 연설을 지켜볼 만큼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들이었지만, '아유 노인네, 적당히 좀 하시지', '저 정도면 노욕이야 노욕' 등의 특정 후보를 핀잔하는 혼잣말도 종종 들렸다.

한 초선 의원만 이런 분위기를 상쇄하려는 듯 일부러 과장된 몸짓과 손동작으로 후보의 연설에 화답했을 뿐이다. 한 당직자는 내빈석에서 지켜본 이들에 대해 "각 캠프의 대변인이나 당 관계자, 시·도당 관계자들"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경선후보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 완전국민경선 서울·인천 권역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화합 잘못하면 큰 분열 생길수도…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안철수 후보도 이 같은 분열된 당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지난달 28일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부터 "여기 있는 손학규·박주선 후보와 함께 정권교체하고 함께 국정을 이끌어나가겠다"며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정치권은 4일 국민의당 경선열차의 종착역인 대전·충청 지역 경선에서 선출된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향후 상황이 상당히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악의 경우 2위였던 손학규 후보의 탈당까지도 염두에 두어야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일 합동연설회 직후 손 후보는 '탈당'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무슨 탈당이냐"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날 연설에서 처음으로 "바른정당과 연합해야 한다"며 처음으로 직접적인 연합를 주장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경선 후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이날까지 총 7개 지역 순회 현장투표 80%와 전날부터 실시한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대통령 후보를 최종 선출할 예정이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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