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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거장 홍상수 감독과 관객들의 불편한 관계


입력 2017.04.19 08:56 수정 2017.04.22 10:27        이한철 기자

불륜에도 변함없는 '거장' 홍상수의 국제적 명성

점차 강해지는 작품 속 메시지, 씁쓸한 현실 반영

홍상수 감독의 작품 2편이 칸영화제에 동시 진출했다. ⓒ 데일리안

홍상수 감독은 여전히 전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를 바라보는 한국 영화 팬들의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다. 단순히 영화 그 자체로 평가하며 그를 자랑스러워하기도, 그렇다고 불륜의 아이콘으로 치부하며 애써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내놓는 작품마다 국제영화제에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을 빼놓고 한국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최근에도 20번째, 21번째 장편 영화인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를 모두 제70회 칸 영화제 공식 부문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베를린, 베니스 국제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칸 영화제는 올해 제 70회를 맞아,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열릴 예정인데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를 향한 해외 언론의 취재 경쟁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한 감독의 작품 두 편이 영화제에 동시에 초청되는 것도 무척이나 이례적인데, 두 작품 모두 공식 부문에 초청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 후'는 경쟁(Competition) 섹션에 '클레어의 카메라'는 스페셜 스크리닝(Special Screenings) 섹션에 각각 초청됐다.

이는 어쩌다 한 번 벌어지는 우연이 아니다. 그간 그가 쌓아온 국제적 명성과 작품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홍상수 감독이 국제영화제에서 최근 몇 년간 만들어낸 성과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2015년 17번째 장편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제58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대상 및 남우주연상을 수상, 2016년 18번째 장편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으로 제 64회 산 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2월에도 19번째 장편 영화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 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에 초청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매 작품마다 전 세계 평단의 깊은 애정과 지지를 받아왔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불륜을 공식 인정하고 언론과 팬들의 비판을 정면돌파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상수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도 벌써 4번째 경쟁 섹션에 초청을 받게 됐다. 공식 부문의 다른 섹션인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까지 합하면 총 10편의 작품이 칸 영화제를 통해 세계에 공개되는 것이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지난 2016년 5월 칸에서 약 2주간 촬영된 작품으로 이자벨 위페르, 김민희, 장미희, 정진영 배우가 작품에 참여했으며 '그 후'는 2017년 2월 한국에서 약 3주간 촬영된 작품으로 권해효, 김민희, 조윤희, 김새벽 배우의 참여로 작품이 완성됐다.

두 작품 모두 홍상수 감독의 연인인 김민희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칸 영화제에서도 두 사람이 동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지난달 13일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불륜설이 불거진 뒤 9개월 만에 불륜 사실을 인정했다.

홍상수 감독은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다.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검색어 등에서 (우리 소식과 반응을) 봤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 내 주변이나 김민희 씨 주변에서는 그런 반응이 아니다"며 자신들의 사랑을 존중해주길 희망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가정을 내팽개친 파렴치한 인물이라는 비난이 뒤따르고 있다. 그의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쏟아지는 누리꾼들의 비난은 '저주'에 가깝다. 그를 존경하던 수많은 영화인들도 이 같은 상황에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그만큼 홍상수 감독이 영화계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그는 최근 영화 촬영을 언론의 시선을 피해 극비리에 진행하는 등 행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민희 또한 한국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큰 발자취를 남기고도 환영받지 못한다.

홍상수 감독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감독이다. 그가 자신의 삶에서 얻은 경험, 자신의 삶의 가치를 작품 속에 투영해왔다. 최근 그의 행보는 말보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영화가 그저 영화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상수 감독도 관객들도 그의 작품이 불편하게 여겨지면 불행한 일이다. 한국 관객들과 홍상수 감독의 불편한 동거도 세월이 지나면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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