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낙마, 내부 반성 않고 남탓하면 계속 참사
<칼럼>높은 지지율에 현혹돼 시스템 무시 '밀어붙이기'
개혁 저항으로 몰면 협치는 커녕 진영싸움 불보듯 뻔해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사퇴를 했다. 현 정부에서 첫 낙마자다. 낮에 기자회견이 있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청문회에서 심판을 받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많은 사람이 ‘거취문제’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망’을 하였다. 새로운 내용도, 논리도, 감성도 없었다. 정치인, 언론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일반적인 정신세계는 아닌 분’이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런 분이 법과 양심이 중시되고 상식적 절차가 생명인 법무부장관이 된다면 그건 그자체가 ‘인사참사’로 비화될 가능성이 컸다. 대통령이 강경화 외무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시한을 정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여론이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저항의 기미’마저 있었다. 야당은 격양했고, 여권도 동요했다. 마침내 저녁에야 ‘용단’을 내렸다. 청와대가 강경화 후보자 처리를 ‘강경’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안경환 후보자는 ‘안 강경’으로 정리를 한 것 같다. 여당도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이 정도 수준에서 인사난맥 논란을 풀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 같다. 그러나 야당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안경환 낙마 분위기를 이어, 몇 몇 의혹이 많은 핵심장관 후보자들을 연달아 낙마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이제부터가 청와대와 여당이 본격적으로 국정능력을 보여야 할 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경환 낙마에 대한 ‘의미부여와 교훈’이다. 많은 사람이 ‘사필귀정’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원인을 야권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올바른 판단과 대응이 아닐 것이다. 여권이 야당에 ‘이 정도 했으면 됐지’라며 또 다시 밀어 붙인다면, 그 때는 국민들이 나설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회나 야당도 자신들이 선출하여 권한을 준 기관들이고, 그 권한을 무시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회와 야당의 자질과 비위는 별개로 따질 문제다. 야당은 야당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국민들의 종복이다. 각자는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여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도록 명령받았다. 그것이 민주주의 제도이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고 지금도 법정에 서 있는 것이다.
‘역사의 악순환을 끊고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 뿐 아니라 온 국민의 여망이다. 정부의 성공은 지도자 한명의 독선과 결기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대선이나 총선민심은 ‘협치’를 강조했고, ‘독주’를 경계했다. 그것이 민심인 것이다.
이번 낙마를 보며 정국이 경색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이 많다. 원래 사퇴한 분의 의도야 ‘정부의 부담을 줄일 목적’이라고 하고, ‘정부의 개혁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밖에 없다. 여권이 원인을 야당에 찾는다면, 또 다시 ‘여야의 극한대결’, ‘치킨게임’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국민이 문재인정부에 바라는 바는 절대 아니다. 인사난맥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기대를 갖고 현정부에 지지를 더 보내주는 것은 그럼에서 불구하고 기죽지 말고 ‘소신’ 것 국정에 매진하라는 ‘격려’다. 야당, 국회와 잘 싸우라고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인사난맥’과 ‘인사참사’에 대한 해법을 찾으면서, 정부의 자세와 인사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그동안 높은 지지율에 현혹되어 평소에는 큰 문제가 됐을 ‘작은 문제’들을 무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과 언론도 일단 눈감아 줬다. 검찰인사나 각종 개혁정책들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채 이루어졌다. 사드문제 등 안보관련 정책도 마찬가지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야’ 한다. 원인을 규명하고 다시 넘어지지 않도록 준비하고 일어나야 한다.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아니, ‘있을 수 밖에 없는’ 더 험한 길이나 여건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지 못하면, 어쩌면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는 불행한 정부가 될 것이다. 또 국민과 대한민국도 불행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천도호환'(天道好還)이란 말이 있다. 노자(老子) 제30장에 나오는 말씀에서 유래했다.
"以道佐人主者,不以兵強天下,其事好還 - 도(道)로 군주를 보좌하는 사람은 천하에 무력을 앞세우지 않으니 무력은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나온 성어가 바로 '천도호환'(天道好還)이다. 다시 말해 하늘의 도는 반드시 갚음이 있다는 말이다.
무력(힘)으로 밀어 붙이면, 하늘(민심)이 반드시 갚음을 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와 그 참모들이 꼭 명심해야 할 문구다. 박근혜정부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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