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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언 김영권, 무실점으로 답할 때


입력 2017.09.05 21:36 수정 2017.09.05 21:37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관중 함성' 실언으로 고초..우즈벡전 선발

최종예선 중 가장 좋았던 이란전 수준 수비 보여줘야

한국 우즈벡전에 선발 출전하는 김영권. ⓒ 연합뉴스

“경기장 함성이 워낙 커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연습한 것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김영권의 발언은 명백한 ‘실언’이었다. 국가대표팀 주장이고, 올림픽과 월드컵 등 큰 무대를 경험한 선수라면 조심했어야 했다.

김영권에 대한 비판은 당연했다. 지난달 31일 이란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6만여 3 관중은 물론이고 TV 앞에 앉아 ‘대한민국’을 외친 5000만 붉은악마를 분노하게 했다. 울리 슈틸리케 전임 감독 시절과 달라진 바 없는 뻥축구와 졸전, 아쉬운 교체 타이밍 등이 더해지면서 김영권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1일 우즈베키스탄 출국 직전 김영권은 “선수들끼리 소통이 안 됐다는 것을 자책하다가 말실수를 했다.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에 울먹임이 느껴졌고, 눈은 퉁퉁 부어있었다. 신태용 감독도 “영권이에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민재를 잘 리드해달라고 주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소통이 잘 안 됐다는 것을 말한다는 게 잘못 전달됐다”며 감쌌다.

김영권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겨내야 한다. 우즈벡 원정 승리에 힘을 보태며,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축구팬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란전 경기력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무실점은 칭찬할 만했다.

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경기에서 무려 10골을 실점했다. 시리아전 2경기를 제외한 매 경기 실점이다. 얼마 전 중국(0-1)과 카타르(2-3) 원정에서도 무너졌던 팀이 A조 1위(6승3무) 이란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치렀다는 점은 박수 받을 만했다.

그 중심에 김영권이 있었다. 논두렁이나 다름없는 잔디 탓인지 두 차례의 아찔한 실수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데뷔전부터 괴물 같은 활약을 선보인 김민재와 서로의 약점을 메워주면서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우즈벡 원정에서도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

이란전 경기력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무실점은 칭찬할 만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즈벡전은 부담감이 엄청나다. 최종예선 마지막 라운드이기 때문에 승패에 따라 러시아행 여부가 판가름 난다. 지난달 31일 우즈벡이 중국 원정에서 패하면서 최종전 승리가 절실해졌다. 한국을 잡아야만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3만여 홈 관중의 함성을 등에 업고 초반부터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영권의 집중력이 흔들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브라질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잔뼈가 굵다.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역사적인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앞장서야 한다. 실언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 3위 시리아(승점12)에 승점 2점 앞서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더욱이 시리아는 지옥이라 불리는 이란 원정(아자디 스타디움)을 치른다.

김영권의 선발 출전도 예고됐다. 신 감독은 “김영권이 주장으로서 경솔했던 부분은 인정했다. 오해의 소지가 없길 바란다. 김영권은 우즈벡전에서도 선발로 나선다”며 주장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김영권이 답해야 할 차례다. 신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무실점에 앞장서고 승리와 함께 러시아행을 이끌어야 한다. 김영권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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