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ilm] "진정 실화입니까?"…'1987'이 '2017'에게
고 박종철 사건 모티브, 실존인물 재구성
6월 항쟁까지 당시 공권력의 민낯 폭로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또 한 편의 기대작 ‘1987’이 베일을 벗고 관객들을 찾아간다. 장준환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실존 인물들을 캐릭터에 담아내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1987’은 과연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까.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의 대학생이 사망한다. 증거인멸을 위해 대공수사처 박처장(김윤석)의 주도 하에 경찰은 시신 화장을 시도하지만 최검사(하정우)를 비롯한 윤기자(이희준),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그리고 연희(김태리)의 목숨을 내건 양심적인 행동에 해당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1987년 1월 14일 사망한 고 박종철 사건을 시작으로 6월 항쟁까지, 공권력에 맞선 양심적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시대, 그러나 각자의 자리에서 신념을 건 선택을 한 보통사람, 국민의 힘으로 인해 진실은 은폐되지 못한다. 그렇게 30년이 지난 우리들에게, 어쩌면 비슷한 촛불을 든 우리들에게 그렇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영화 ‘1987’에는 주인공이 없다. 물론 악행을 저지른 그 권력자들은 있지만, 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영화의 주인공이고, 대한민국의 주인공이라고 전하고 있다. 분량의 적고 많음을 떠나 각자의 역할을 해낸 주조연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가 극의 곳곳을 채우고 있고, 그 사이사이를 극적 요소와 사실적 요소가 빼곡히 매우고 있다.
영화 ‘추격자’와 ‘황해’로 인상적인 호흡을 펼쳤던 김윤석과 하정우를 시작으로 영화적 긴장감은 초반부터 속행된다. 실존 인물들을 반영한 캐릭터들의 향연과 더불어 유해진, 설경구, 박희순, 이희준, 김태리, 김의성, 고창석, 조우진까지 영화 러닝타임 내내 선굵은 연기력으로 시선을 압도시킨다.
숨 쉴 수 조차 없었던 시대, 숨 죽이면서 보는 영화 ‘1987’을 연출한 장준환 감독은 “만들면서 여러 번 봤는데 그때도 지금도 눈물이 난다. 참을 수가 없더라”면서 “비록 상업영화지만 진짜 진심을 다해서 찍었다. 1987년, 용감히 양심의 소리를 내주고 길거리에서 땀과 피를 흘렸던 분들을 생각하며 만든 영화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장준환 감독은 “남영동 차가운 물 속에서 1월 14일에 돌아가신 고 박종철 열사, 그로 시작해서 고 이한열 열사, 6월 항쟁까지 마무리 짓는 구조를 통해 진심의 정성을 담아 잘 만들고 싶었다”면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 작품에 내가 최선을 다하고 공을 들였느냐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해를 담고 싶었다. 모두가 뛰어나와 대통령 직선제를 자각하고 쟁취한 해이다.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던 그들의 뜨거운 열기,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많은 용기가 됐던 거 같다”면서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다 주인공이 되는 영화였고, 결국 전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전했다.
장준환 감독은 “1987년과 2017년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던 뜨거움, 최류탄에 맞서서 구호를 외치던 뜨거움과 다르지 않다”면서 “1987년이 없었다면 지금도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1987년이 2017년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위대한가, 힘이 있는 국민인가, 그런 것을 보여준 것에 의미가 있다”고 영화적 포인트를 설명했다.
1987년을 뜨겁게 살아갔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그 보통을 거부했던 ‘공권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진정한 자유와 권리를 외쳤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영화 ‘1987’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숨죽였던 이들의 용기가 지닌 가치를 영화적 요소로 담아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표현해낸 ‘1987’은 올해가 마무리 되는 27일 개봉한다. 영화를 관람한 후 맞는 새해는 남다른 의미가, 보다 다른 희망으로 다가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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