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착한 패션' 운동…지속가능성 주목하는 '뉴 럭셔리'
구찌·마이클코어스·아르마니 등 "모피 사용 중단"…인조 털로 속속 대체
'지속가능한 패션'도 점차 확대…뚜렷해지는 '가치소비 흐름' 발맞춰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착한 패션'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동물 모피 사용이나 환경오염, 의류 공장 노동자의 현실 등에 따른 문제의식이 커지는 데 따라 패션업계도 '지속 가능한 패션'을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 CEO 마르코 비자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7 케어링 토크(Kering Talk)'에서 지속가능성 계획에 따른 사안을 발표했다.
동물 모피를 의류 소재로 쓰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확대되는 가운데, 구찌는 내년 봄·여름 시즌부터 모피 사용을 중단하기 위해 '모피 반대 연합(Fur Free Alliance)'에 가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찌는 밍크, 여우, 토끼, 카라쿨, 라쿤 등 동물 모피 또는 모피 섬유가 부착된 동물의 피부를 의류 제작에 사용하는 것을 중단할 예정이다. 마르코 비자리는 "구찌의 지속가능성 계획은 환경과 인류, 신모델 등 세 가지 원칙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의 본질적 가치로 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패션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는 내년 12월까지 코요테와 토끼 등 모피 제품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스텔라 매카트니, 아르마니, 휴고 보스, 랄프 로렌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 H&M, 자라와 같은 SPA(제조·유통일괄) 브랜드들도 모피 사용을 속속 중단하고 인조 털을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모피의류가 고급스러움의 대명사로 비춰진 반면 페이크(Fake·가짜) 퍼는 싸구려 취급을 받아왔지만 최근 이같은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섬유기술의 개발로 인조 털도 실제 모피와 흡사한데다, 옷을 만들기 위해 동물을 해칠 필요가 없고 가격은 저렴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에코 퍼'라 불리며 각광 받는 분위기다.
지난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지컷'은 블루종, 리버시블 야상, 조끼, 테디베어 코트 등을 망라한 '에코 퍼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동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컷 상품 파트장은 “과거에는 모피가 중년 여성들이 입는 옷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모피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페이크 퍼는 동물 모피보다 디자인과 색상이 다양하고 가격이 좋아 매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겨울 롱패딩 열풍을 몰고 온 '평창 롱패딩' 또한 '책임 있는 다운 기준'을 의미하는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RDS는 살아 있는 조류의 털을 강제로 채취하지 않고 강제로 먹이를 주입하지 않는 등 윤리적인 방법으로 생산한 다운 제품을 인증하는 제도다.
동물보호를 포함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중시하는 추세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는 일본 SPA브랜드 '유니클로'는 생산, 환경, 인재, 지역사회 등 4가지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매해 발행하는 'CSR Report(사회공헌 보고서)'를 올해부터는 'Sustainability Report(지속가능 보고서)'로 확대해 발행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는 2004년 생산 파트너 공장을 대상으로 '윤리 규범(Code of Conduct)'을 도입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모든 파트너 공장에 걸쳐 윤리 규범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제품 생산 공장이 있는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지역에선 소외 여성의 인권을 향상하기 위해 '공장 근로자 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서플라이어 리스트'라는 하청공장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제품 생산과 판매, 폐기물 처리 등 모든 공정에서 환경에 대한 부하를 줄이겠다는 방침에 따라 2020년까지 모든 생산과정 및 상품에서 인체와 환경에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 배출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PA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이뤄진 패스트 패션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그로 인한 환경오염의 우려도 급격히 커졌다"며 "최근 가치소비 흐름까지 맞물리며 소비자들이 의류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도 민감하게 여기고 있어 업계 차원의 대안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