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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 안철수, 유승민에 뒤통수 맞나?


입력 2018.01.05 14:46 수정 2018.01.05 16:08        이동우 기자

유승민, 당 대표 용퇴에 유보적

손학규 비토·햇볕정책도 대립각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식적인 통합 추진에 돌입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곳곳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통합정당을 위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사퇴 문제와 햇볕정책으로 양당의 외교·안보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통합정당의 새로운 대표로 거론되는 손학규 국민의당 고문에 대한 바른정당 내 비토 기류도 향후 양당의 또 다른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승민, 대표직 사퇴 말 바꿨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 안 대표의 긴급기자회견부터다. 당시 안 대표는 통합을 전제한 자신의 재신임과 결과에 상관없이 백의종군 할 것을 밝혔다.

지난 2일 통합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유 대표의 거취문제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가 사퇴 선언을 한 것처럼 유 대표도 통합정당을 위한 용퇴 의사를 지적했다. 양당 대표가 사전에 이 같은 논의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면 유 대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측은 통합 과정이 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유 대표 사퇴를 결정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유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에 대해 결론이 안 났는데 지금 그런 얘기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은 유 대표가 국민의당과 달리 바른정당 내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 통합의 지지가 명확한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통합파 측은 바른정당 내 통합에 대한 이상 기류 등 확대 해석을 막기 위해 유 대표 거취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는 상태다. 단, 통합정당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면 유 대표 자신도 거취 문제를 밝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해 12월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주최 '안철수 대표 초청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외교·안보 대립…햇볕정책으로 표출

양당이 통합절차에 돌입하면서 햇볕정책 강령 반영여부를 두고 외교·안보 문제에서 각을 세웠다.

최홍재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세미나 자료집을 통해 "그(햇볕정책) 정신은 평가하되 현실 정책으로써 재검토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도 "현재 (국민의당) 강령에는 햇볕정책은 없다"면서 "다만 포용적 기조만 들어가 있을 뿐"이라고 힘을 실었다.

반면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햇볕정책을 건드리면 수도권도 전멸한다"면서 "햇볕정책은 추진하되, 북한의 핵개발에 이로움을 주는 것이 아닌 인도적 측면에서 서로 고려해야 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양당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외교·안보 차이가 사실상 햇볕정책으로 표출되자 진화에 나섰다. 그는 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정당이 가진 하나의 스펙트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 정당의 스펙트럼에 바른정당 의원들의 그것(정체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한 정당 내 의원들도 의견들이 꼭 같지는 않다"면서 "근본적인 방향에 있어서도 차이를 얘기할 것"이라고 통합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정당, 손학규 비토

양당 통합 후 새 정당의 대표로 손학규 국민의당 고문이 거론되는 것을 놓고 바른정당 내 거부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3일 바른정당 최고위원 비공개 회의에서 지상욱 의원은 같은 당 하태경 의원에게 손학규 고문 역할론에 대해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은 그동안 손 고문의 역할을 거듭 강조해 왔는데 지 의원이 당내 손 고문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진 의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통합과정 초기에 상대당의 특정 인물을 직접 거론하며 강조하는 것에 우려와 불편함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하 최고위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합당이 되면 가장 적극적으로 한 사람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일선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손 씨(손학규 고문)와 하 씨가 (통합당을) 주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양측의 성향과 이념이 상이한 양당이 힘을 합치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통합 논의가 진행되어 갈수록 일정 부분의 대립양상은 생길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얼마나 잘 해결해 나갈지가 통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우 기자 (dwlee9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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