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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이쿼녹스, 안팎으로 '강적' 만나


입력 2018.06.26 06:00 수정 2018.06.26 09:05        박영국 기자

이쿼녹스 출시 초기 월 판매실적 1000대 못 미칠듯

국내 시장 싼타페 열풍에, 소비자 관심은 쉐보레 블레이저에 쏠려

스튜어트 노리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 전무가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8 부산 국제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쉐보레 이쿼녹스의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쿼녹스 출시 초기 월 판매실적 1000대 못 미칠듯
국내 시장 싼타페 열풍에, 소비자 관심은 쉐보레 블레이저에 쏠려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의 길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신차 ‘쉐보레 이쿼녹스’가 국내 시장에서 해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외부적으로는 국내 중형 SUV 시장의 맹주 ‘싼타페’가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최근 미국에서 공개된 ‘쉐보레 블레이저’가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쿼녹스는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와 달리 ‘수입차 치고는 잘 팔리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출시 초기 이쿼녹스의 월 판매실적이 1000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수요나 한국지엠이 미국 GM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수입 물량으로 볼 때 월 수천대씩 판매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된 3월 이후 월 1만대 이상 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기아자동차 쏘렌토도 월 5000~6000대씩 팔리며 형제차 싼타페의 공세를 잘 버텨내고 있으며, 르노삼성자동차 QM6도 2000대 이상의 판매실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실적이다.

특히 신차효과가 한창인 출시 초기 판매실적이 1000대를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를 논할 수준이라면 이후 실적은 수백 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쿼녹스는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을 통해 판매되고 한국지엠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국 수입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SUV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모델로 1200대나 팔렸다. 다음으로는 포드 익스플로러 2.3 모델로 582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예상대로라면 이쿼녹스의 판매량은 이 두 개 모델의 중간쯤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이쿼녹스의 한계로는 그동안 많이 제기됐던 가격과 차체크기(차급) 논란도 있었지만 출시 타이밍에 대내외적 상황이 좋지 못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국내 중형 SUV 시장에 ‘신참’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싼타페가 월 1만대 이상씩 쓸어 가는데다, 쏘렌와 QM6도 건재하고, 쌍용자동차까지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대를 중형 SUV 수준으로 맞춘 뒤 이 시장에 들이민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쿼녹스가 좀 더 시간을 앞당겨 지난해 말 국내 상륙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만 해도 싼타페가 풀체인지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기에 힘 빠진 구형 싼타페와 싸우는 게 한결 수월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철수설에 따른 혼란으로 불가피한 점이 있었겠지만.

쉐보레 블레이저.ⓒ쉐보레

또 하나의 적은 내부에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GM 본사가 미국에서 공개한 중형 SUV 블레이저다. 한국지엠이 이쿼녹스를 국내 시장에서 ‘중형’으로 분류해 다소 혼동이 있지만, 블레이저는 이쿼녹스보다 덩치가 큰, 싼타페·쏘렌토 등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크기의 SUV다.

블레이저의 출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곡선이 가미된 실루엣에 머슬카 카마로를 연상케 하는 스포티한 전면 디자인, 차체와 프레임이 하나로 이어진 유니바디 구조 등이 모두 화젯거리다. 블레이저가 한국에 상륙하면 싼타페 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블레이저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는 요원하다. 본토인 미국에서도 내년이나 출시될 예정인데, 국내 출시 시점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지난 19일 이쿼녹스 미디어 시승행사에서도 블레이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당시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 부사장은 블레이저의 국내 도입 여부에 대한 질문에 “블레이저의 제품 프로그램 자체가 매우 초기단계로, 미국 시장에서도 내년 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지엠 입장으로서는 블레이저는 당장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차종이 아니다. 이쿼녹스에 집중돼야 할 관심이 엉뚱한 차종으로 쏠리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쿼녹스에 대한 기대치를 ‘수입차’ 레벨로 잡는다면 한국지엠의 마케팅 역량과 AS의 편리함을 감안하면 충분히 성공이라고 할 만하겠지만, 국내 완성차들과 비교한다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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