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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 UP&DOWN 정치인은?


입력 2018.08.26 04:00 수정 2018.08.27 17:52        정도원 기자

UP 송영길·손학규·김부겸·추미애

DOWN 전해철·정세균·김두관·유승희

UP 송영길·손학규·김부겸·추미애
DOWN 전해철·정세균·김두관·유승희


승부는 승자에게 짜릿한 승리감과 함께 달콤한 영예를 안긴다. 반면 패자에게는 물적·심적으로 큰 내상(內傷)을 남긴다.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가 25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이해찬 신임 대표의 선출로 한 달여 간의 당권 경쟁의 막을 내렸다.

이 대표가 최대 승자인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대선 다음으로 규모가 큰 선거라는 집권여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함께 웃고 미소짓는 공동 승자들도 있다.

반면 낙선자들과 동반으로 패배의 아픔을 곱씹으며 입술을 깨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송영길 '졌지만 일보 전진', 손학규 '세대교체론' 일축 수혜
김부겸·추미애도 이해찬과 우호 관계…공동 승리에 '미소'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송영길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송영길 의원은 '졌지만 일보 전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례다. 8·25 전당대회에서 득표율 30.7%로 2위를 기록했다. 42.9%를 얻은 이 대표와의 격차는 적지 않았지만, 김진표 의원(26.4%)을 제쳤다.

예비경선 컷오프가 치러진 직후, 이해찬·김진표·송영길 3각 구도가 형성됐을 때 "1강 2중" 또는 "2강 1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외의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김 의원과 박빙 승부를 벌이고, 송 의원은 3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었다.

'차세대 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한편 이번 경선을 통해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대표성을 확인했다는 것도 큰 성과다. 호남 거주 또는 호남 출신이 많은 360만 일반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에서는 송 의원(36.3%)이 이 대표(38.2%)와 불과 1.9%p 격차밖에 보이지 않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은 민주당 의원은 아니지만, 이 대표의 선출로 끝난 이번 전당대회의 수혜자라 할 만하다.

바른미래당 9·2 전당대회 와중에 50세의 하태경, 33세의 이준석 후보로부터 거센 '세대교체' 공격에 직면해 있는 손 고문은 '변수 없는' 이 대표의 선출에 마음을 놓게 됐다. 앞서 지난 5일 전당대회를 치른 민주평화당에서도 정동영 대표가 선출됐다.

어느 한 정당이라도 '대세론'을 뒤엎는 뜻밖의 결과가 도출되거나 젊은 지도부가 들어섰으면 당권 경쟁 와중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됐겠지만, 이 대표의 선출로 바른미래당 당권 레이스에서의 '세대교체' 공세도 추동력을 잃게 됐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당권 경쟁 와중에 이해찬 대표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자료사진). ⓒ데일리안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도 공동 승자의 일원으로 거론된다. 당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 여부를 좌고우면하던 와중에 나온 "대통령의 사인" 발언으로 스크래치가 났었는데, 이 대표의 선출로 완전히 씻겨졌다는 평이다.

김 장관은 당권 경쟁의 열기가 고조되던 시기에 의원실 관계자를 이 대표의 캠프에 파견해 측면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역시 늦은 출마 선언을 할 때, 기자들과의 질문·답변에서 "(나의 출마에는 김 장관의 불출마도) 고려 요소가 됐다"고 말하는 등 양자의 관계가 매우 우호적인 상황이다.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부르짖는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권 가능성에 주목하는 등 정치적 후각이 매우 발달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이 대표가 김 장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선출로 당분간 양자 사이의 관계는 집권여당 대표와 잠재적 대권주자로 순풍(順風)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대표의 전임자인 추미애 대표도 공동 승리자다. 추 대표는 정무직 당직자로서 당규에 따라 전당대회에 개입할 수 없는 지위에 있지만, 이 대표에게 '우호적 중립'의 포지션에 있었다는 관측이 파다하다.

추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최초로 민주당계 정당에서 2년 임기를 마치고 '비대위 체제' 전환 없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후임자에게 당기(黨旗)를 넘겨줬다.

게다가 후임자마저 뜻에 맞는 인물이 선출돼 그야말로 완전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다. 추 대표 재임기를 '4불통'이라고 비판하는 송 의원 등이 후임 대표로 선출됐더라면 추 대표는 당기를 건네주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전해철, 4개월만에 2연패…정세균, SK계 영향력 일소
김두관 컷오프…유승희, 여성최고위원 패배로 체면 구겨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당권 경쟁 와중에 김진표 의원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전해철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친문(친문재인) 핵심 전해철 의원은 지난 4월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지사에게 패한데 이어, 불과 4개월만에 다시 한 번 정치적 패배를 맛보게 됐다.

전 의원은 지난 12일, 당권 경쟁이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사실상 김진표 의원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구두 경고까지 받았지만, 계속해서 김 의원의 당권 캠페인을 조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3철' 중에 가장 깊숙이 당권 경쟁에 발을 담궜던 전 의원은 김 의원의 패배로 자신의 문심(文心) 대변 능력까지 의심받게 됐다.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개각 과정에서 법무장관 등으로 입각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전망이 밝지 않다는 관측이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김 의원을 측면 지원한 인사 중의 한 명이다. 김 의원이 당권 경쟁 중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지면서 전 의원과 함께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핵심 인사로 정 전 의장을 거명했을 정도다.

한때 김 의원은 SK계(정세균계)로 여겨지기도 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전병헌·오영식 전 최고위원 등 SK계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낙천되면서 SK계 자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그 SK계가 잔영(殘影)마저도 남아 있지 않다는 '확인사살'을 하는 무대가 됐다.

정 전 의장은 국회의장을 지냈으니 관례적으로 21대 총선 출마는 어렵다. 그럼에도 전당대회에 깊숙이 개입한 것은 총선 이후 무언가 뜻하고 있던 바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게 무엇인지 짐작이 어렵지는 않지만, 이번 전당대회로 그 꿈에 중대한 지장이 생긴 것은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8·25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두관 의원은 전당대회 예비경선에서 컷오프가 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2016년 총선·지난해 대선·올해 지방선거를 통해 부산·울산·경남 권역에서 민주당의 당세는 확장되고 있지만, 일찍이 이 지역에서 광역단체장(경남도지사)을 지냈던 김 의원의 정치적 위상은 거꾸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남지사를 내려놓으면서 배수진을 치고 대선후보 경선에 임했던 시절, 정점을 쳤던 정치적 위상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지적이다.

유승희 의원은 여성최고위원 직을 놓고 남인순 의원에게 의외의 일격을 당하면서 커다란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낙선 자체가 당연히 내상이긴 하지만, 유 의원의 패배는 다른 낙선자들과는 격을 달리한다는 평이다.

유 의원은 지난 2015년 2·8 전당대회 때는 여성할당제가 없이도 자력으로 5위 안에 들면서 이미 한 차례 최고위원을 지냈다. 두 번째 지도부에 도전하는 3선 중진 의원이 재선의 후배 남 의원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나는 여성할당제를 반대했었다"고 말한 모양새가 우스워지고 말았다.

남 의원이 유 의원을 누르고 여성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진출하게 되면서, 민주당 최초 공채 출신 여성국장, 전국여성위원장을 지냈던 유 의원의 경력에마저 흠집이 나게 됐다. 정치적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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