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선균 "강하고 거친 모습 보여주려 했죠"
영화 '악질경찰'서 조필호 역
"세월호 참사 애도 메시지 공감"
영화 '악질경찰'서 조필호 역
"세월호 참사 애도 메시지 공감"
"조금이라도 다른 이선균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배우 이선균(44)이 악하디악한 악질경찰도 돌아왔다. 그간 맡은 캐릭터 중 가장 거칠다.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범죄물의 외피를 쓴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넣었다. 상업영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쓴 건 '악질경찰'이 처음이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이선균은 악질경찰 조필호를 맡아 강렬한 변신을 꾀했다.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이선균은 "영화적인 구성이 재밌었고, 세월호 참사를 간접적으로 다룬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세월호 참사를 통해 그리고 싶은 건 어른들의 각성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보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지 않아서 여러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친분이 있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줘서 감사했고, 도전해보고 싶어서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감독님이 너무 고민하는 게 보였어요. 처절하게 찍었고요. 감독님이 집요하다 보니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이 영화의 시작점이라고 소개하면서 기획, 캐스팅, 투자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상업영화의 소재로 하는 것 자체가 민감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하긴 했어요. 세월호 참사를 쓰지 않고, 장르적으로 더 재밌게 가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참사에 대한 미안함과 공통된 죄의식이 걸려 있는 부분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엔 안산경찰서, 세월호 추모 리본 등이 나온다. 이선균은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찍었다. 배우는 "조필호는 거친 캐릭터이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다"며 "참고 서적도 읽었고, 안산에 가서 추모도 했다"고 고백했다.
조필호는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까지 사주하는 악질 중의 악질. 경찰 신분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그는 더 나쁜 악의 존재에 맞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필호가 쓰레기 경찰이 된 이유는 나오지 않아 궁금한 부분이다. 필호의 과거는 극 흐름상 편집됐단다.
필호의 감정 변화를 관객들이 잘 따라가느냐가 관건이다. "쓰레기 같은 필호가 자연스럽게 변해야 했어요. 캐릭터에 공감하고, 개연성 있게 그리고 싶었어요. 만감이 교차하는 엔딩이 가장 어려웠죠. 한 장면 다시 찍으라면 그 장면을 꼽고 싶은데, 지금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간다'에서도 경찰(고관수)을 맡은 터라 비교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배우는 고관수보다 더 나쁘게 보였으면 했단다. 후반부에 각성하는 역할이라 초반에 좀 더 거칠고, 강렬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극 중 여고생 미나는 '절대 악'들을 향해 '부끄러운 어른들'이라고 한다. 이선균은 "저 자신이 부끄럽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미나 역의 전소니와의 호흡을 묻자 "신인답지 않게 차분하다. 보통 애가 아니다"면서 "훌륭한 배우를 발견한 게 이 영화의 큰 수확이다.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편하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거친 액션도 소화한 그는 "정말 '리얼'하게 보여줘야 해서 액션에 신경 썼다"면서 "촬영 전부터 몸을 만들고, 액션 연습을 했다. 실제 싸우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이선균과 알고 지낸 이 감독은 "이선균의 껍질을 벗겨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는 "기존 드라마에서 많이 소비된 이미지를 벗겨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다른 결의 연기, 조금 더 강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작품에서 이선균은 다채로운 캐릭터를 오갔다. 배우는 "느낌표가 많은 대본을 자주 받는다"고 웃은 뒤 "극한 상황에 많이 처한다"고 했다. "일부로 변화를 주려고 하진 않아요. 다른 옷을 입어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게 저의 몫이죠. 현장에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려고 해요."
특히 이선균은 드라마와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 이선균은 "장르의 차별성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드라마 속 판타지를 깨고 싶을 때 영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균형을 잡고 싶단다. "드라마는 전력 질주한 느낌이 들고, 영화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닌 듯하다"고 웃었다.
배우이기 전에 소비자인 그는 "다양한 채널이 생겨나는 상황에 적응하려 한다"며 "1년 사이에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바뀌는 환경에도 적응하는 게 배우의 몫이다"고 했다.
이선균은 작품 하나하나를 앨범처럼 소장한다. '악질경찰'은 치열하게 찍은 작품이다. "감독님과 2002년 졸업 작품을 찍었는데, 10여년이 지나 다시 만나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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