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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 한국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다


입력 2019.06.23 06:00 수정 2019.06.22 18:4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한국에서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작품…평가 인색할 이유없어

<하재근의 이슈분석> 한국에서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작품…평가 인색할 이유없어


3부작 중 1부가 끝난 지금 인터넷에서 ‘아스달 연대기’ 조롱하기가 유행이다. 540억 대작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큰 것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조롱만 받을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인 걸까?

그렇지는 않다. 기본 이상의 완성도와 몰입도는 갖춘 작품이다. 문제는 그 정도만 갖췄다는 점이다. 이 정도도 매우 힘든 일이어서, 상위 10% 안에는 들어간다.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는 그 수준을 기대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다. 그해 전체 드라마 중 수위를 다퉈야 함에도 일반적 수준의 성취만 보여주고 있으니 실패가 도드라져 보인다.

지금까지 방영된 1부의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의 긴박감, 박진감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아스달의 각 세력과 와한족 등이 격돌하긴 하는데 전개가 늘어졌다. 예컨대 흰산족 아사씨가 신령한 의식을 주관하는 장면이 그다지 볼거리도 없으면서 너무 길게 나와 리듬을 해쳤다.

전사들이 등장하고 심지어 히어로급 신체능력을 가진 혼종(이그트)까지 나오는 마당에 액션이 너무 없었다. 과거 ‘추노’나 ‘뿌리 깊은 나무’ 등은 주기적으로 볼 만한 액션을 배치하고, 그 외 감각을 자극하는 볼거리도 수시로 넣어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어찌된 일인지 ‘아사달 연대기’는 분위기만 무겁게 잡으면서 액션의 쾌감 등에 인색했다.

볼거리 대신에 주제의식에 집중했다. 탐욕적이고 공격적인 문명세계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원시세계를 대비시켜, 국가와 문명의 근저에 있는 인간의 폭력성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제의식은 이미 많은 작품을 통해 익숙해진 것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시청자를 자극하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스펙타클과 박진감에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다.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시종일관 답답하다. 인공조명이 없던 과거에 중요한 사회적 행위들은 낮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선 밤에 사건들을 배치했고, 화면을 밝게 하려는 조명이나 후보정에도 매우 인색해 그렇지 않아도 박진감 없이 침체된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초반의 원시시대 설정은 안 하는 것이 더 나았다. 내레이션으로 농업이 나타나기 이전의 원시시대라고 암시해놓고, 갑자기 청동기를 넘어 철기시대까지 떠올리게 하는 문명사회로 진입해 시청자를 혼란시켰다. 처음에 군인들이 가죽조끼만 입고 맨살을 드러낸 채 전장을 누벼 원시시대의 풍경이라고 이해했는데, 갑자기 옷이 넘쳐나는 문명사회가 되니 군인들의 가죽조끼가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초반 원시시대 설정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뒤엉킨 설정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이런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본 이상의 몰입도는 성취한 작품이다. 이점은 특히 인정해줄만 하다. 우리에게 완전히 낯선, 전혀 새로운 고대의 시공간을 창조해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헐리우드에선 이런 일들을 자주 해왔지만, 우리 드라마에선 처음 하는 일이다. 그 낯섦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인데도 작품은 과감히 상고시대 판타지를 선택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까지 만들어냈다. 한국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이러한 모험적인 시도에 대해선 관대하게 봐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모험이 이루어지고 우리 드라마가 풍부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과도하게 조롱하면서, 심지어 모든 것을 표절로까지 몰아가고 있다. 예컨대 신관이 흰색 옷을 입은 모습이나, 유력자들이 털가죽옷을 입은 모습 등은 일반적인 표현인데도 헐리우드 작품을 베꼈다고 조롱한다. 이러면 우리 제작자들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안전하게 한옥 안에서 한복 입고 나오는 사극만 반복할 것이다.

‘아사달 연대기’가 과연 2부 이후엔 달라질 것인지가 관건이다. 박진감이 강화되고, 액션 스펙터클이 배치되고, 시청자들이 화면 식별을 못하는 사태가 사라진다면 몰입도가 개선될 것이다. 시대설정이 뒤엉킨 문제도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어쨌든 한국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작품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한 평가만큼은 인색할 이유가 없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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