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깨지 않으시게 확인하겠다"더니…새벽에 직접 미사일 발사 지도
'대남 벼랑끝 전술' 펼치는듯…전격적 양보 얻을 때까지 '대화거부' 가능성
"새벽잠 깨지 않으시게 확인하겠다"더니…새벽에 직접 미사일 발사 지도
'대남 벼랑끝 전술' 펼치는듯…전격적 양보 얻을 때까지 '대화거부' 가능성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여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고 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 새벽잠 깨지 않으시도록 제가 확인하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각계에서는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남 도발행위를 종식하고 새로운 남북평화의 장을 열겠다는 의미 있는 약속을 내놨다고 일제히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 약속은 최근 2주 사이에 4번이나 뒤집어진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새벽 5시경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 2발을 발사하고, 31일 새벽 5시경에 또 발사체를 발사했다. 이들 도발은 김 위원장이 직접 현장에서 지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북한은 지난 2일 새벽 3시경 함경남도에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하고, 또 6일 새벽 5시경에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발사체 모두 비행거리가 700km를 넘지 않는 단거리급인 만큼 대남 압박 의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판문점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동했지만 최근 강도높은 대남 무력시위가 연이어 자행된 만큼 당분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4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사죄표명 등 없이는 껄끄러운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분간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외교가에서는 북측이 핵협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남북대화의 빗장을 계속 걸어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북한은 남북관계의 비중과 역할을 전략적으로 통제하며 북미 직접대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의 쌀 지원을 거부한 것도 남북관계 정체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관측했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가 북한을 편드는 '당사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남북관계 개선 손짓을 모두 뿌리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수보회의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극일 의지를 표명했지만 북측은 하루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문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지난 5~6월에는 정부가 대북제재 원칙에 걸려 경협확대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호들갑을 피운다", "생색내기를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북제재 해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압박하는 일종의 '벼랑끝 전술'을 펼친다고 분석한다. 아무런 성과가 보장되지 않은 남북대화로 협상력을 소진하는 것 보다는, 긴장격화를 불사한 초강수 카드를 사용해 남한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을 펼친다는 것이다.
손용우 선진통일건국연합 사무총장(북한학 박사)은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약소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북한은 강대국과 대등한 협상을 펼치기 위해 항상 '고자세·갑질'을 동반한 벼랑끝 외교를 펼쳐왔다"며 "우리 정부의 저자세를 유도해 이미 전략적으로 각종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남북대화를 시작할 당시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의 압박을 무릅쓰고서라도 경제지원·제재해제를 도와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며 "지난 일련의 핵협상 과정을 지켜보며 한국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넘어 좌절까지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