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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산국제영화제, 재도약 외쳤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입력 2019.10.06 07:00 수정 2019.10.06 10:46        이한철 기자

'국내 최대 영화 축제' 불구 톱배우 대거 불참

정치적 문제까지 겹쳐 해외 게스트 발길도 뚝

'국내 최대 영화 축제' 불구 톱배우 대거 불참
정치적 문제까지 겹쳐 해외 게스트 발길도 뚝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잃어버린 위상과 품격을 되찾기 위한 영화인들의 본격적인 몸부림이 시작됐다. 하지만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마주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3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오거돈 부산시장,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영화인이 공동 개막을 선언하면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개막식은 오랜 갈등과 불신을 걷어내고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띄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 '정상화'를 기치로 내세우며 흔들리던 영화제의 기둥을 다시 세우는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재도약의 해'로 삼겠다는 게 영화제 측의 다짐이자 각오였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정해인, 이하늬, 정우성, 임윤아, 천우희, 수호, 조여정, 조정석이 레드카펫을 걸어오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뿌리 깊은 갈등과 상처가 모두 봉합됐다고 보기엔 무리였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불신과 외면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의 구조 문제를 지적한 영화 '다이빙벨' 상영 논란으로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다이빙벨’ 상영을 반대하면서 영화 단체들의 보이콧 선언이 잇따르는 등 파행이 거듭됐다.

정상화를 위해 김동호 전 이사장,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기대와 달리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뒤를 이어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홍효숙 프로그래머의 금전 문제가 드러나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이용관 이상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를 꾸린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무너진 기둥을 다시 세우는 데 집중했고,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비롯한 영화단체들이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선언을 철회했다.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배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루어졌다.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영화 '강변호텔' 야외무대 인사에 배우 권해효, 기주봉, 신석호가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지만 그것만으로 역부족이었다. 무너진 위상과 영화 관객들의 관심을 되살리기 위해선 단순히 기존의 무너진 기둥을 다시 세우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여기에 새로운 장식품, 새로운 콘텐츠, 그리고 영화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다.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현장을 찾은 스타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중량감 있는 배우들과 해외 게스트가 보이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것이 배우로서 가장 큰 영광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평범한 행사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영화제의 추락한 위상 탓도 있지만, 최근 국내외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2016년 7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다음 해 3월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를 내리면서 중국과의 문화 교류가 크게 위축됐고, 최근 한일 갈등이 심화되면서 일본 영화인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또 사회적 갈등의 심화로 문화계에 쏠리는 관심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국제적 위상을 되찾기까지 갈 길이 너무나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한국영화와 배우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부산국제영화제만큼은 시계가 거꾸로 흘러간 느낌이다. 한 번 무너진 흐름을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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