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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통합 선긋기'에 이탈자 없을까…신당 지지율이 관건


입력 2019.10.11 03:00 수정 2019.10.11 05:22        정도원 기자

유승민 내건 3대 조건…"통합하지 말자는 뜻"

2년 전에도 지지율 기대 못 미치자 이탈 나와

신당 지지율 미진하면 단일대오 어려울 수도

유승민 내건 3대 조건…"통합하지 말자는 뜻"
2년 전에도 지지율 기대 못 미치자 이탈 나와
신당 지지율 미진하면 단일대오 어려울 수도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승민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가 보수대통합에 사실상 선을 긋는 발언을 했다. 변혁 의원들 모두가 같은 길을 걸을지 여부는 '유승민 신당'의 지지율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자유한국당 핵심 중진의원은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유승민 대표가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었다. 통합하지 말자는 뜻"이라며 "이혜훈·오신환·유의동·지상욱 의원 등도 같은 뜻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앞서 유승민 대표는 전날 보도된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보수통합 논의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한국당이 탄핵의 결과를 받아들일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것이 그것이다.

일견 한국당과의 통합 조건을 내건 듯 하지만, 한국당에서는 이를 사실상 통합불가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분열 요소를 없애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옛 친박계·비박계 쌍방이 모두 탄핵 논란을 '유예'하자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이뤄가고 있다.

'역대급' 범보수 지지자들이 집결했던 10·3 광화문집회에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연단에 차례로 올랐던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과 김진태 의원, 홍준표 전 대표가 모두 보수통합을 호소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은 "생각이 조금 다르고 섭섭한 마음이 조금 있더라도 한켠으로 밀어놓고 승리의 그날까지 하나돼서 싸우자"고 제안했으며, 홍준표 전 대표도 "이제는 탄핵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을 할 겨를이 없다. 지난 잘못은 묻어버리고 모두가 하나가 돼서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할 때"라고 거들었다.

이 판국에 유 대표의 조건을 받아들이려면 탄핵 논란을 다시 벌이기 시작해야 한다. 원심력이 극대화될 뿐만 아니라, 우리공화당 등 외부 세력도 당을 흔들어댈 것이 불보듯 뻔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는 설명이다.

'개혁보수'도 유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다. 옛 비박 성향의 한국당 중진의원은 "사실상 자기가 든 깃발 밑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줄을 서라는 것"이라며 "유승민 대표가 지금 상황을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상황'이란 이날 발표된 정당 지지율을 가리킨다. 교통방송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8일 설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7.5%, 한국당 지지율은 34.1%로 양당 지지율은 오차범위 이내이며 문재인정권 출범 이래 가장 근소한 3.4%p까지 좁혀졌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러한 상황인만큼 유 대표가 통합에 선긋는 발언을 한데 대해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은 있어도, 합류 무산에 안타까워하거나 아쉬워하는 반응은 딱히 없었다.

한국당 상승세, 劉에 저자세 취할 동기 없어
'변혁' 경쟁력 있더라도 15% 득표 자신 수준
劉 '盧의 길' 걷는다면 동료 고민 깊어질 듯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구성하고 있는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회합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구성하고 있는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회합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히려 정치권의 시선은 변혁 쪽을 향한다. 넓게 보면 변혁 15명 의원, 좁게 보면 바른정당계 8명의 의원이 총선이 반 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승민 대표와 단일대오로 계속해서 가겠느냐는 것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 중 언론 노출과 활약상, 지명도 측면에서 유 대표 다음 가는 인물은 하태경 수석최고위원이다. 그런 하 최고위원이 지난 8일 교통방송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역구에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지지율) 15% 이상은 나온다"며 "선거자금 보전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조차 선거자금 전액 보전 기준선인 득표율 15%까지는 자신해도, 당선은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보수대통합이 돼서 '기호 2번'을 달지 않는 이상 변혁 15명 의원은 그 누구도 재선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유 대표는 대담에서 "내 입장에서는 대구가 더 어려운 곳이고 수도권은 덜 어렵다"며 "가장 어려운데서 출마하겠다"고 대구 출마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대구 지역의 한국당 의원은 "유승민 대표는 지금 대구에서 당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출마한다면) 장렬히 순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대선을 기약하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유 대표 본인은 대담에서도 "지금 보수에 사람이 누가 있느냐. 나는 대권 출마 의지가 당연히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듯이 총선에서 죽더라도 대선을 기약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지만, 동료 의원들은 같이 죽는다고 정치적 미래가 있겠느냐는 점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이미 대권주자 반열에 든 유승민 대표는 원외로 나가도 지금의 오세훈·홍준표 수준의 정치활동은 가능하고 어느 정도 주목도 받겠지만, 다른 의원들은 허다한 '그냥 원외 인사'로 전락한다"며 "본인에게 '노무현의 길'이 동료 의원들까지도 '미래가 보장되는 길'일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관건은 내달 중으로 예상되는 '유승민 신당'의 창당 이후 정당 지지율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치면 연말연초나 설 연휴 직전까지 계속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이탈자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1·13 전당대회에서 옛 바른정당은 당대표로 유승민 의원을 선출했다. 반 년 전에 대선을 뛰었던 명실상부한 '당의 얼굴'이 당대표가 되면서 지지율 상승이 기대됐으나, 현실에서 지지율 상승 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이듬해 1월 16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던 박인숙 의원이 두 달여만에 최고위원직조차 던지고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중진의원은 "박인숙 최고위원은 당시 주변에 '설까지 바른정당 지지율이 두 자릿 수로 올라가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귀띔했다.

이 의원은 "당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치면 선출직 최고위원도 무용하다고 여겨 미련없이 나오는 게 정치"라며 "하물며 의원직이 흔들거린다면 어떻겠느냐. '유승민 신당'의 지지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이런 일은 재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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